‘유어 아너’ 고생 전문 배우 손현주의 영광 [D:인터뷰]
“편했던 적 없지만, 운명이면 받아들여야”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치열하게 파헤쳤던 배우 소현주가 ‘유어 아너’에서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벼랑 끝에 선 인물들을 연기하며 ‘고생 전문 배우’로 꼽히기도 하지만, 손현주는 “매니저도 내가 고생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늘 편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있었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 vs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권력자 김강헌(김명민 분),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손현주는 존경받던 판사에서,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기로 결심하며 타락하는 송판호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송판호의 절절한 부성애를 바탕으로, 우원시의 최고 권력자 김강헌(김명민 분)과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짜임새 있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회 1.7%로 시작한 ‘유어 아너’는 현재 4%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깜짝 흥행에도 성공했다. 손현주는 “쉽지 않았던 작품”이라고 ‘유어 아너’를 회상하며 지금의 결과에 감사했다.
“이 작품이 원래는 작년에 촬영이 끝나야 했다. 재작년 말 대본을 받았는데, 여러 요인들 때문에 조금 늦어졌다. 그래서 작년엔 제가 한 게 없게 됐다. ‘세작’이라는 드라마의 감독이 내게 물어보더라. 이런 배역들이 있는데 출연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땐 그 드라마를 하게 되면 스케줄상 중복이 될 것 같더라. 16부작까진 못 하겠다는 생각에 카메오처럼 나오게 됐다. 신세경의 아버지로 나와 3회까지만 출연했다. 3회 만에 유배 가는 걸로 1년을 보냈는데, 아쉬움이 있다. 당시 김명민과 통화를 하며 함께 기다렸다. 참 어렵게 완성을 했다.”
과정도 쉽진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악인이 된 송판호의 변화를 납득 가능하게 그려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겪는 내적 갈등도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다. 그러나 손현주는 “집에 안 들어갈 핑계가 생겼다”고 농담하며 ‘유어 아너’ 집중 과정을 담백하게 전했다.
“육체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표현이 더 많았다. 물론 심리적으로 힘들면 육체도 따라 힘들다. 연천에서 촬영을 했지만, 집에 많이 못 들어갔다. 사실 핑계죠. 그런데 숙소에서 저 나름 정리할 것이 있었다. 주로 제 매니저와 나와 사는 세월이 좀 많다.”
후배 김명민을 칭찬하며 그의 공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으며 송판호를 위협하는 조폭 출신 기업가 김강헌을 연기한 김명민 또한 남다른 존재감으로 ‘유어 아너’에 공포감을 불어넣었다. 손현주는 실제로도 그에게 공포감을 느꼈다며 ‘유어 아너’의 쫄깃한 긴장감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김명민이 무서웠다. 죽을 것 같고, 무서운 마음을 느끼는 상황인데 실제로 그걸 느꼈다. 배우들이 멋을 내거나 고급스럽게 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어떻게 표현할지 미리 정하고 들어가진 않는다. 일찍 가서 공간은 파악한다. 이번엔 90% 이상이 경기 외곽 또는 지방 촬영이었다. 우원시도 서울이 아닌, 만들어진 도시지 않나. 먼저 가서 공간에 대한 걸 보고 주위에 뭐가 있는지를 파악한다. 이렇게 들어오면 이렇게 대비를 해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한다. 저 사람이 들어오는 걸 견뎌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허남준의 연기에 대해 ‘전형적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한 손현주는 후배들의 ‘자유로움’을 ‘배워야겠다’고 말하는 겸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어 아너’의 높은 완성도가 가능했던 이유이자, 손현주의 ‘롱런’ 이유를 짐작케 했다.
“선배들이 (받아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속이 안 됐더라도 그 안에서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예전엔 (어떤 연기를 하겠다고) 다 말하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 그게 MZ세대구나 싶고, 나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나는 그 나이엔 마음껏 못했다. 감독이나 상대 배우가 제재를 가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다. 그 조절은 감독이 하는 것이다.”
송판호 또한 ‘전형적이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개인사와 겹쳐 더욱 힘든 작품이 됐지만, 그래서 더 자신이 있었다.
“클리셰를 만들면 안 될 것 같더라. 물론 공식이 있는 건 아니다. 되도록 어떻게 잘 표현하고, 또 숨길 건 숨겨야 할지 고민을 했다. 연천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씬들을 많이 찍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제 형이 세상을 떠나 더 힘들었다. 제가 연천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 지병도 없었던 형이 갑자기 떠났다. 발인까지 한 뒤에 다시 합류를 했는데, 마음이 막 교차가 되고 중복이 되더라. 형도 아마 잘 보고 있을 것 같다. 우리 형은 항상 나의 팬이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게 좀 남달랐다. 제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었다. 가슴이 아프지만 다음 주 끝난 뒤 갈 생각이다. 형에게 어떻게 봤냐고 묻고 싶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앞으로도 이 과정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시청자들에게 더 깊은 만족감을 주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손현주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매니저와 오래됐다. 나의 동반자다. 그에게 자주 묻기도 한다. 매니저는 아직 배가 고픈지 ‘더 고생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따르겠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편한 걸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도 운명이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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