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손목에 그려진 나비처럼, '은빛 찌르기'로 은빛 날개 달았다 [패럴림픽]
윤승재 2024. 9. 8. 12:21
권효경(23·홍성군청)의 왼 손목엔 한 마리의 나비가 새겨져 있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겠다는 각오에 그려 넣었다. 권효경은 2024 파리 패럴림픽 무대에서 훨훨 날았다.
'나비 검객' 권효경은 지난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펜싱 여자 에페(스포츠등급 A)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상상도 못 한 메달이라 기분이 좋다. 후회 없이 했다"라며 "사브르와 플뢰레 개인전 성적이 아쉬웠다. 에페에서도 메달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즐겁게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은메달이 왔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권효경의 은메달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동메달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 휠체어펜싱에서 나온 한국 선수의 메달이었다. 은메달은 패럴림픽 에페 개인전 종목에서 한국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권효경은 "내가 이런 대기록을 내다니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권효경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22년 국제휠체어및절단장애인스포츠연맹(IWAS) 우승으로 깜짝 등장한 그는 지난해 항저우 APG에서 단체전 동메달에 그쳤다. 개인전 3종목(사브르, 에페, 플뢰레)에선 모두 5위에 머물렀다. 올해 아시안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종목 모두 메달을 따냈지만, 경험에서 세계 최정상 선수들에게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권효경은 이번 대회에서 평가를 뒤집었다. 준결승에서 2020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 아마릴라 베레스(헝가리)를 꺾은 그는 결승에서 2022 항저우 APG 금메달리스트 천위앤둥(중국)을 만나 석패해 준우승했다.
결승에서 졌어도 "후회는 없다"라는 권효경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비 문신'이다. 선천성 뇌병변 장애인인 그는 어린 시절 집안에서만 생활했다. 그림만 열심히 그렸던 그가 펜싱에 입문한 뒤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내성적인 성격이 도전적으로 바뀐 계기였다. 권효경은 지난해 2022 항저우 APG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상징하는 나비를 손목에 그려 넣었다.
이날 권효경은 부상이 있어 왼 손목에 테이핑을 하고 피스트에 올랐다. 그는 "금메달을 염원하며 한 노란색 테이핑이 나비를 가렸다"라고 말했다. 권효경은 "다음 패럴림픽에 한 번 더 나가고 싶다. 메달을 더 따고 싶어졌다. 다음엔 꼭 (나비를)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윤승재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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