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영화발전기금 극장에만 부과는 형평성 어긋나” [인터뷰]
“OTT와 영화산업 공생 길 찾아야”
“21세기 선수들이 20세기 시스템서 뛰어…체육계 전반 살필 것”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배드민턴 대표팀 관련 ‘작심 발언’,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 등 논란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세기 선수들이 20세기 체육 시스템 안에서 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실에서 지난 7일 국민일보와 만난 전 위원장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에서 체육계 전반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며 “따질 건 따지고 바꿀 건 바꾸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청문회 등 외형에 치중하기보단 당사자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또 코로나19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을 거치며 한국 영화계가 처한 위기를 두곤 “유례없는 수준”이라며 상임위간 연석회의 등을 통한 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공룡’이 된 OTT 업체들이 영화 산업에 재정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다음은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체육계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폐막한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세계 8위를 차지하며 국민께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그러나 스포츠 강국이란 위상에 무색하게 낡은 체육계 시스템과 관행도 드러났다. 보다 선진적인 선수 보호 제도, 육성 정책, 체계적 운영·관리가 시급하다. 선수 인권침해 문제만 해도 그렇다. 2020년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징계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배드민턴협회, 축구협회 논란을 두고 청문회 가능성도 흘러나왔다.
“앞서 민주당 문체위원들이 배드민턴협회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자신만의 문제나 배드민턴협회만의 문제가 아니니 차분하게 개선해달라는 것이 안세영 선수 측 입장이라더라. 본인 의사를 존중하는 게 (조사) 외형을 시끌벅적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겠나. 축구협회 사안도 마찬가지다. 통상 청문회를 열 땐 증인 출석을 강제하려는 목적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협회 측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 일단 9월 중 나올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현안질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뒤이어 국정감사도 예정돼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공론화가 이뤄질 것이다.”
-종목단체 운영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아져 있다.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지금의 종목단체들은 종목 자체의 인지도나 국제대회 메달 획득 여부, 프로리그 존재 여부는 물론이고 누가 후원하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휘둘린다. 올림픽 기간에 회장이 사임한 대한사격연맹만 해도 그렇다. 한화그룹이 오랫동안 이어온 후원을 중단한 뒤로 망가졌다. 모든 협회가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대한양궁협회처럼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책적 예산 배분을 통해 누가 (회장으로) 오든 ‘기본은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스포츠산업 측면에선 저출생 극복이 당면 과제다.
“인구 변화가 당장 바꿀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 체육을 확대해 유년기부터 생활 속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한 가지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65세 이상 인구, 은퇴를 앞둔 954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괄하는 ‘시니어 마켓’도 매우 중요하다. 생활체육 선순환 구조의 핵심인 공공체육시설 확충 역시 힘써야 한다.”
-장애인 체육 문턱이 아직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장애인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33.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반다비 체육센터를 확충하고 일반 공공체육시설에서도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의 수혜 대상과 지원금도 확대해야 한다.”
-문화예술계에선 한국영화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례없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코로나19와 OTT 플랫폼의 성장이 맞물리며 관객이 줄었고, 수익성이 떨어지니 제작·투자가 위축되며 극장 매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대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등 해묵은 논제는 그대로다. 배급·상영의 분리, 스크린 상한제, 불투명한 객단가 문제와 ‘홀드백’(극장 개봉 후 일정 기간 OTT 공개를 유예하는 제도) 논의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OTT를 빼놓곤 영화 시장을 논하기 어렵다.
“일종의 과도기다. OT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적 영화산업의 위기가 가속됐다. 출연료가 급등하면서 배우 수급이 어려워지고, 제작 비용 상승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은 극장을 대상으로만 걷는다.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정부가 부과금 폐지를 의결하면서 영화발전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영화기금 징수를 다각화해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독일과 중국도 OTT에 영화부담금이나 영화진흥기금을 부과한다. 우리도 OTT와 영화산업이 공생할 길을 찾아야 한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데.
“칸막이부터 없애야 한다. OTT 관련 정책을 분담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긴밀한 논의·조율이 필요하지만 21대 국회에선 이런 자리가 전무했다. 상임위 간 연석회의나 업계·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장을 마련해 나가겠다.”
-관광업계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긍정적 흐름은 분명하지만 세계적 추세와 비교하면 아직 더디다. 세계 국제 관광객 수는 지난해 이미 2019년 대비 88% 수준을 회복했다. 여행수지 흑자 전환을 위한 법제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편중 문제도 선결 과제 중 하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4%가량이 서울에 집중된다. 지방 소도시 관광이 활성화된 일본, 태국, 베트남처럼 지역 역사와 환경 등에 맞춘 관광 콘텐츠가 차별화돼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 극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포지티브 오프 운동, 에코·인프라 투어리즘, 야간·새벽 시간대를 활용한 새로운 관광 시장 창출 사례 등 해외 각국의 혁신적인 관광 정책들도 살펴봐야 한다.”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겠다.
“우리 역사가 국제사회에 올바르게 해석되고 그 가치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의 책무다. 그러나 일상에서 발견되는 동해·독도에 대한 잘못된 역사 정보, 동북공정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 대응은 아쉽다. 역사 왜곡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문체부의 시정률은 16% 남짓한 수준이다.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정보를 바로잡는 프로세스가 구축돼야 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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