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은 곧 열등감" 서열 앞세운 금쪽이 본 오은영의 일침
[김종성 기자]
6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둘째와 13세 터울 초2 늦둥이를 양육 중인 부모가 출연했다. 엄마는 매일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해 있었다. 금쪽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이런 상황은 유치원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었는데, 금쪽이가 다른 아이를 물고 때리고 욕설을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아빠는 아들이 그저 장난기가 많을 뿐이라 여기고 있었다.
평화롭던 어느 날, 학원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금쪽이가 혀로 손을 핥고, 친구의 책상에 침을 묻힌다는 항의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또, 옷을 올려 배를 보인다는 민원도 있었다. 금쪽이의 일상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영어 학원에 간 금쪽이는 예의 바른 태도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고, 야구장에서는 선배 행세를 하며 실수를 꾸짖었다. 친구의 뒷덜미를 잡기도 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채널 A |
오은영 박사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금쪽이의 행동 편차를 감지했다. 윗사람(선생님, 야구 코치 등)에게는 순종하는 반면, 동급생은 무시하는 태도를 간파한 것이다. 이처럼 놀랍게도 금쪽이는 사람의 '급'을 나누고 있었다. 그 기준이 꼭 나이는 아니었는데, 능력, 힘, 서열 등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대인관계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 카페에 간 금쪽이는 깍듯하고 싹싹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만 남자 돌변해서 형들을 친구라고 부르며 신경을 건드렸다. "네 얼굴 못생겨서 말을 못 알아듣겠어"라는 등 상대방의 기분을 긁으며 도발했다. 대뜸 욕하고 상대방을 비웃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틈틈이 선생님의 위치를 파악했다. 금쪽이의 모욕과 약 올리기는 계속 이어졌다.
잠시 후, 선생님이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욕설을 멈추고 싹싹한 모범생 모드를 전환했다. 완전히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부모는 처음 보는 금쪽이의 충격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관계 형성 능력에 문제가 없고, 타인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 이런 식이라면 금쪽이의 대인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며 우려했다.
엄마와 형, 금쪽이는 식당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금쪽이는 놀이방으로 향했다. 엄마가 이를 만류하자 금쪽이는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엄마가 한마디 하자 순한 양으로 돌변했다. 이 장면에서 금쪽이의 대인관계에 '이중적인 계획'이 있음이 확인됐다. 즉,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미 금쪽이의 기준에서 엄마의 서열은 자신보다 아래로 이동하고 있었다.
식사 후 놀이방으로 간 금쪽이는 또래 친구들에게 다짜고짜 지시하며 "안 하기만 해 봐 찔러버리기 전에"라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또,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어린 친구를 위에서 누르는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위기를 감지한 제작진이 말리지 않았다면 큰일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뒤늦게 이를 안 엄마가 사과를 하라고 하자 어른이 없으면 할 수 있다며 사과에 조건을 붙였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공감 능력은 있지만 공감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분석했다. 금쪽이는 상대에게 비칠 나의 모습에 몰두하며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데 집중했다. 또래들은 모르는 레슬링 기술을 보여 주고 싶어 다른 건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것이다. 공감보다 과시가 중요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마음속에 가득 찬 자기 우월감과 과대함을 우려했다.
한편, 이번에도 부부 갈등의 모습이 포착됐다. 식사하다가 금쪽이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아빠는 "육아에 간섭하지 말라더니?"라고 쏘아붙였고, 엄마는 아빠의 체벌 문제를 언급했다. 육아관 차이로 인한 갈등이 엿보였다. 급기야 엄마는 "왜 낳자고 했어?"라며 불만을 터뜨렸고, 아빠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금쪽이는 거실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채널 A |
오은영은 금쪽이가 과도한 우월감을 내세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부모가 싸운다는 걸 아는 금쪽이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존감과 자긍심에 타격을 입었으리라. 따라서 뭔가를 성취했을 때만 인정받는다는 생각했다. 오은영은 자아의 토대가 약할 때 느끼는 불안하고 공허한 감정들을 메꾸는 방법이 팽창된 자기 과시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1살 때 난소암 판정을 받아 3년간 떨어져 지내야 했던 사정을 알렸다. 당시 외할머니가 금쪽이를 보살피던 터라 금쪽이는 할머니와 있을 때 가장 아이답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는 유일하게 급이 나눠지지 않은 대상이었다. 오은영은 큰 병마를 이겨낸 엄마에 대한 위로를 건네면서 양육은 부모가 함께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관건은 아빠의 육아 참여였다.
"(엄마가 없으면) 난 망하는 거지. 엄마 없이는 못 사니까." (금쪽이)
엄마는 어떤 존재냐는 물음에 금쪽이는 엄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눈물을 훔쳤다. 엄마 아빠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이 행복하진 않다고 대답했다. 결국 아이가 원하는 건 가족의 행복이라는 점을 부모들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오은영은 '금쪽이의 자존감을 채우기'라고 제시했다. 칭찬과 공감으로 사회적 기준을 가르치며 일상에서 매일 실천해야 했다.
1:1 현장 코칭에 나선 오은영은 자기 자랑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금쪽이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언제나 뽐을 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쪽이는 친구 탓을 하며 변명에 나섰다. 문제 영상을 함께 시청한 후에도 반성은커녕 자기 합리화에 매진했다. 오은영은 "나한테 변명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라며 단호히 대응했다. 금쪽이의 예상 못 한 반응에 당황한 듯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자신이 욕설하는 장면을 보고서도 씩 웃음을 짓자 더욱 단호한 훈육에 나섰다. 금쪽이의 손을 꼭 붙잡고 건강한 자신감에 대해 설명했다. 과연 금쪽이는 변화할 수 있을까. 엄마는 금쪽이와 함께 오답 노트를 만들며 잘못된 말을 고치며 친구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역시 금쪽이는 거부에 돌입했지만, 엄마의 단호한 태도에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빠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금쪽이가 해결책을 거부하면 따끔한 훈계로 분위기를 다잡았고, 금쪽이와 캐치볼을 하며 겸손의 자세를 몸에 익히도록 도왔다. 금쪽이의 변화는 가시적이었다. 친구들을 만난 금쪽이는 지시하고 불편하게 했던 일에 대해 사과했고, 진심으로 화답해 준 친구들과 원만한 교우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며 깨닫게 되는 건 결국 양육의 기본은 행복한 부부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자녀도 행복할 수 없다. 아이의 건강한 자존감은 행복한 부모의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금쪽이'는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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