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마주한 배우, 조윤수가 말하는 '폭군' 조윤수 [D:인터뷰]

류지윤 2024. 9. 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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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 나에겐 은인"

올해 또 한 명의 기대주가 탄생했다. 신예 조윤수가 박훈정 감독의 신작 디즈니플러스 '폭군'을 통해 단번에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마녀' 시리즈의 김다미, 신시아 등 신예를 기용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는 박훈정 감독은 이번 '폭군'의 히로인을 조윤수로 내세웠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마녀' 시리즈의 연상선에 있는 이야기이며 한편으로는 대척점에 서 있는 세력의 이야기다. 조윤수는 극중 킬러이자 금고 기술자 자경 역을 맡아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르게 만든 자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며 성큼성큼 나아갔다.

평소 박훈정 감독의 '마녀' 유니버스 팬이었다는 조윤수는 역할이 확정되기 전부터 자경이 되기로 결심해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 나갔다. 그만큼 절실했던 기회였다.

"오디션은 세 차례 봤어요. 처음에 몸을 잘 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액션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몸 쓰는 건 자신 있거든요. 격투기 학원을 바로 등록했죠. 카체이싱 장면도 많이 나온다고 해서 운전면허 학원을 다녀 1종 면허도 땄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전작을 통해 저를 보고 싶은데 볼 수 있는 정보가 적으니 혹시 단편 영화 같은 게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그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하루 동안 시나리오를 써서 장소, 배우, 스태프를 구해 단편도 급하게 찍었어요. 그런데 단편은 너무 급하게 찍다 보니 너무 연출이 미흡해서 결국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하지만 정말 '폭군'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했던 실행이었어요. 확정이 되지 않았을 때부터 준비하면서 '난 자경이가 될 거야. 자경이가 됐을 때 해야 할 것들을 미리 준비하자'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런 열정을 박훈정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게 것 같아요."

조윤수는 박훈정 감독은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조윤수의 진심과 열정만 보고 자경이라는 선물을 준 박훈정 감독이다.

"유머러스하면서 정확하고 섬세하세요. 디렉션도 구체적으로 주시고요. 어떤 장면이 필요하고 무슨 느낌으로 만들고 싶은지 머릿 속에 다 그려져 있더라고요. 보면서도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어요. 저에게 감독님은 은인이시죠. 인간적으로도 좋아해요. 명절 때마다 연락 드리고 있어요.(웃음)"

조윤수는 자경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기존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전형적인 액션이 아니라 자경의 색채가 드러난 독특한 움직임이 베여있어야 했다. 이에 무술감독과 집중한 포인트는 '동물적인 본능'이었다.

"액션에 있어서는 무술 감독님과 캐릭터 디자인을 하면서 만들어 나갔죠. 자경이가 운동 선수나 국가 정보요원이 아닌 사람이라 격투기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극 중에서도 주변에 있는 인물을 활용해서 액션을 해요. 마치 짐승처럼요. 곧 물어뜯어버릴 것 같은 날 것의 느낌을 자경이한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액션신은 진료실에서 차승원과의 대치다. 조윤수는 차승원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했다고 고백했다.

"진료실 액션신은 힘들었지만 정말 몰입해서 즐겁게 찍었어요. 차승원 선배님과는 체격적으로 차이가 나서 어려웠지만 매 컷마다 '괜찮아?', '아프지는 않니?' 계속 물어봐 주셨죠. 그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몸을 던져 찍었어요. 또 포인트를 준 건 자경이의 권총과 선배님의 장총이 마치 칼싸움처럼 보이도록 했죠. 힘으로 오가는 신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어렵기는 했죠."

'폭군'은 차승원, 김선호, 김강우 등 박훈정 감독과 한 번 이상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포진됐다. 조윤수는 동경하던 선배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을 보면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피부로 실감했다.

"이전에는 연기를 처음에는 어렵지만 한 번 잘 타게 되면 쉬워지는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떠한 경지에 오르면 어떤 역할을 맡아도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요. 선배님들을 연기하는 걸 보고 어리고 편협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눈에는 완벽한 연기인데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몰두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배우는 저래야 하는구나' 싶었죠. 연기는 끝이 없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끝없는 연구와 노력을 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됐어요."

조윤수는 액션과 함께 이중인격이라는 자경의 독특한 콘셉트도 소화해야 했다. 하나의 얼굴로 다른 성격을 연기해야 하는 건 배우가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었다. 작위적으로 느껴지면, 시청자들을 자경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힘들어 진다. 조윤수는 자연스러운 인격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고민과 연습을 거듭했다.

"자경이와 자경 오빠는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어떻게 차이를 둬야 하나 고민했죠. 제일 포인트로 두고 싶은 건 자경과 오빠가 서로 대화할 때 현실 남매 같은 케미스트리가 보이길 바랐어요. 다만 목소리 톤을 크게 차이를 두지 않았어요. 감독님께서도 오빠라고 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까는 걸 원하지 않으셨고요. 다만 인격이 변할 때 전조 증상 없이 휙휙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걸 원하셨죠. 그래서 디테일한 차이를 잡을 수 밖에 없었어요. 잘 들어보시면 조금 신나있는 쪽이 오빠예요. 오빠는 사람을 의욕적으로 헤치는 인물이죠. 자경이 목소리에 비해 반 톤 올렸고 끝음의 어미 처리도 살짝 차이를 줬어요. 반면 자경이는 감정의 온도가 낮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담담함과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감정이 비어있는 듯한 인상을 주려 했고요. 자경이는 '흐린 눈의 광인'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폭군'에서 조윤수가 보여준 자경은 날카로운 눈빛과 예측할 수 없는,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었지만, 실제로 만난 조윤수는 그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가졌다. 자경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갛고 깨끗한 도화지 같은 이미지를 지녔다. 인터뷰 내내 조윤수는 앞으로의 연기 여정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첫 데뷔작에서 폭발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그의 여정에 어떤 작품으로 채워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앞으로 어떤 작품,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설레고 기분 좋아요. 자경이와 반대로 유쾌한 것도 해 보고 싶고 생각만 해도 마음 찢어지는 인물이나 시대극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신인이라 안 해본 장르가 너무 많아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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