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야유' 받았던 홍명보 "처음이라 당황…비난은 감독에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두 번째 경기인 오만전에선 데뷔전이었던 팔레스타인전(0-0무)과는 다른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예고했다. 홍 감독은 7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외곽 시브의 알시브 스타디움에서 치른 오만전 대비 첫 훈련에 앞서 "오만전에는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홍명보호는 지난 5일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 홈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축구연맹(96)위로 한국(23위)과는 73계단 차이는 조 최약체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이후 10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은 복귀전 승리를 놓치며 또 한 번 거센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한 이후 팬들은 홍 감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때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자, 6만여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도중에도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우~’하는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김민재(뮌헨)가 붉은악마가 있는 관중석 쪽으로 가 이런 분위기에 항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선수와 팬이 충돌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김민재를 비난하는 팬도 있다.
홍 감독은 "처음 (야유를 받아야) 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비난이야 감독이 받으면 되는 거지만, 우리 선수들한테는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팬들에게 부탁했다. 홍 감독은 또 "(그라운드를) 거기(대한축구협회와 자신에 대한 논란)까지 연결시키는 것보다는, 어차피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해야되는 거니까,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만전에선 반드시 반등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명보호가 첫 승리에 도전할 오만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은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경기 전날인 지난 4일 하루만 '완전체'로 발을 맞추고 경기에 나섰던 홍 감독은 "선수들은 몇 년 동안 같이 했고, 난 훈련을 하루 하고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의 색깔보다는, 선수들이 그동안 해오면서 잘해왔던 것들을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과 전반전을 0-0으로 비기자, 홍 감독은 후반전 들어 변화를 줬다. 주민규(울산)를 빼고 오세훈(마치다)을, 이재성(마인츠) 대신 황희찬(울버햄프턴)을 투입하며 공격진을 바꿨다. 또 좌우 측면 수비에도 교체 카드를 썼다. 황문기(강원) 대신 황재원(대구)을, 설영우(즈베즈다) 대신 이명재(울산)를 넣었다. 홍 감독은 "후반에 조금 변화를 줬고, 그게 잘 이어졌다. 그런 부분을 잘 수정해서 오만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경기 중에 단순히 공을 오래 소유하는 '점유율 축구'보다는 때에 따라서는 모험적인 전진 패스를 지금보다 자주 시도하기를 바란다. 홍 감독은 "공 소유의 가장 큰 목적이 뭐냐 하는 점에 대해 선수들이 조금 더 인식하길 바란다. 공 소유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의도 대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게 '롱볼'이 될 수도 '빠른 공격'이 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처럼) 너무 안정적으로만 계속 공을 돌리다 보면 밀집 수비를 깨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결속력, 응집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 결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선수들은 너무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하지는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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