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절반의 성공', 신지현 공백은 어쩌나
[양형석 기자]
하나은행이 '디펜딩 챔피언' 토요타에게 패하며 박신자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7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토요타 안텔롭스와의 4강전에서 53-75로 패했다. 6일 대만의 캐세이 라이프를 73-57로 꺾고 B조 2위로 4강행 티켓을 따냈던 하나은행은 A조 1위이자 작년 박신자컵 우승팀 토요타를 상대한 준결승전에서 전력 차이를 실감하면서 22점 차로 대패했다.
하나은행은 맏언니 김정은이 14득점, 양인영이 12득점, 이적생 진안이 10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3쿼터 후반과 4쿼터 초반 토요타에게 3점슛 3방을 허용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센터 진안을 영입했지만 에이스 신지현(신한은행 에스버드)이 팀을 떠나는 악재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새 팀을 만드는 과도기에 출전했던 박신자컵에서 '절반의 성공'을 보여준 셈이다.
▲ 하나은행의 에이스였던 신지현은 보상선수 지명과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하나은행에는 김정은과 강이슬(KB스타즈), 신지현처럼 뛰어난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이들은 언제나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2019-2020시즌의 .407(11승16패)가 창단 후 최고 승률일 정도로 언제나 만년 하위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강이슬이 팀을 떠난 후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에는 두 시즌 동안 11승49패(승률 .183)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지현이라는 에이스가 있었지만,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확실한 리더가 없었던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FA시장에서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을 영입했다. 2006년 신세계 쿨켓에 입단해 2016-2017시즌까지 하나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정은은 6년 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동생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하나은행은 정규리그 4위로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김정은 영입을 통해 '투자의 보람'을 깨달은 하나은행은 올해 FA시장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난 시즌 득점 3위(17.47점)와 리바운드 2위(10.43점)에 오르며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 다음 가는 센터로 활약했던 진안을 계약 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 6000만 원에 영입한 것이다. 기존의 주전 센터 양인영과도 3년 계약을 체결한 하나은행은 박지수가 없는 2024-2025시즌 리그 최강의 골 밑을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진안을 영입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큰 전력 누수를 경험했다. 강이슬 이적 후 하나은행의 에이스로 팀을 이끌었던 신지현이 진안의 보상선수로 지명받으면서 BNK로 이적한 것이다. 물론 하나은행에는 신지현 외에도 김시온, 정예림, 박소희 같은 가드 자원들이 있지만 지난 시즌 득점과 어시스트, 3점슛 부문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기록했던 신지현의 공백은 결코 작지 않았다.
▲ 신인왕 출신 박소희는 장기적으로 신지현을 이어 하나은행의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해야 할 선수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하나은행은 신지현과 김애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6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가드 자원 와타베 유리나와 이시다 유즈키를 지명했다. 하지만 신장이 작고 빠른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았던 이번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우리은행 우리WON과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도 작고 빠른 가드를 지명했다. 그렇게 선수단에 적지 않은 변화를 단행한 하나은행은 첫 실전이었던 박신자컵에 출전했다.
하나은행은 박신자컵에서 삼성생명과 캐세리 라이프를 꺾었고 후지쯔 레드 웨이브와 신한은행, 토요타에게 패배를 당하면서 2승3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신한은행에게 당한 역전패는 상당히 아쉬웠지만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진안이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대회였다. 하지만 다가올 20204-2025시즌을 앞두고 숙제도 많이 발견한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중용됐던 와타베는 아직 경기 운영이나 외곽슛 등에서 김도완 감독을 만족시킬 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진안과 함께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던 박소희는 한층 성장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신지현의 공백을 메우려면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 오히려 이번 대회에서는 4경기에 출전해 평균 11득점4리바운드를 기록한 양인영이 하나은행의 에이스 역할을 해줬다.
2024-2025시즌 정규 리그는 오는 10월 27일에 개막한다. 6개 구단에게는 정규리그 개막까지 아직 50여 일의 시간이 남아있고 이는 하나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했던 신지현의 공백을 하루아침에 메울 수는 없다. 하지만 박신자컵을 통해 드러났던 약점들을 착실히 보강한다면 하나은행도 다가올 새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남대로 2만 인파 "기후가 아니라 세상 바꾸자"
- "한동훈, 교묘한 말로 국민을 언제까지 속이려..."
- 공장 풀가동해 상황 역전... 1위 탈환하고 사명도 바꿨다
- 대통령 무시하다가 비극적 최후... 어느 공범의 죽음
- '한국 싫어서' 해외 떠난 청년들의 진짜 속내
- 임은정 "이원석 총장이 검찰 망치는 주요 배역" 직격
-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 "김건희 명품백, 권익위-검찰 무혐의로 특검 필요성 더 입증"
- 거리 나선 대전시민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별세… 생존자 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