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 다큐' 베를린영화제 초청에 면담 요구

윤현 2024. 9.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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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피해를 당한 조선인들의 증언을 기록한 한일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자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이 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7일 주독 일본대사관은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 가 지난 2월 열린 베를린영화제 포럼 스페셜 부문 초청이 확정되자 영화제 운영 책임자 사무소에 연락해 작품 정보를 문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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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 보도 "주독 일본대사관, 상영회 정보 수집해 외무성에 보고"

[윤현 기자]

 일제 강점기 피해를 당한 조선인들의 증언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
ⓒ 시네마달
일제강점기 피해를 당한 조선인들의 증언을 기록한 한일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자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이 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7일 주독 일본대사관은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지난 2월 열린 베를린영화제 포럼 스페셜 부문 초청이 확정되자 영화제 운영 책임자 사무소에 연락해 작품 정보를 문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포럼 스페셜 부문 담당자는 이메일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전체적인 견해를 제공하는 작품이 아니라 재일 코리안이라는 마이너리티에 관한 영화"라고 일본대사관 측에 설명했다.

영화제 측 "일본, 한반도 식민지 시대 견해 설명하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화제 관계자는 "일본대사관은 한반도 식민지 시대에 관한 일본의 견해를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대사관 측은 "상세한 답변은 삼가겠다"라며 "그러한 설명을 하려 한 사실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사관은 추가로 면담을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일본대사관이 작품 상영회 관련 내용과 관객층, 반응 등을 외무성에 보고했다는 것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주독 일본대사가 두 차례 진행된 상영회 관련 정보를 정리한 문서를 3월 4일 자로 외무상에게 보고했으며, 이 문서에는 "티켓이 2회 모두 매진" "젊은 관객이 많고 약 40%가 아시아계" "236석 중 약 190석이 찼음" 등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질의응답에서 관객이 "매우 감동했다"라고 평가했고, 박수남 감독이 차기작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교도통신은 "해당 문서에는 '비'(秘·비밀)라고 기재됐고 첨부 자료를 포함해 7쪽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공개된 것은 2쪽뿐"이라며 "검게 칠해진 부분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 "상영 금지될까봐 불안... 두렵고 기분 나빠"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의 '되살아나는 목소리' 베를린영화제 초청 관련 정보 수집을 보도하는 <교도통신>
ⓒ 교도통신
재일교포 박수남·박마의 모녀 감독이 연출한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일본군 위안부,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강제동원 및 노역 등을 경험한 조선인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격인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돼 호평받았다.

박수남 감독은 상영회 전에 영화제 측으로부터 일본대사관 동향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서 "상영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꼈다"라며 "질의응답 때 대사관 관계자가 와있다고 가정하고 국가(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했다"라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박마의 감독은 "우리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국가의 눈이 번뜩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고 기분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한일간 역사 인식이 대립하는 문제를 다룬 작품에 대해 재외공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실태가 드러났다"라며 "제작자를 위축시키고 표현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간토대지진 때 벌어진 대규모 학살을 다룬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을 연출한 모리 다쓰야 감독은 이번 사안에 대해 "대사관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가 얽혀 있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제작자는 국가가 은밀히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큰 압력을 느낀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대사관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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