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렌카, 생애 첫 US오픈 테니스 우승...'한국계 금수저' 페굴라 준우승
아리나 사발렌카(세계랭킹 2위·벨라루스)가 생애 첫 US오픈 테니스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사발렌카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계 미국인 제시카 페굴라(6위)를 2-0(7-5 7-5)으로 물리쳤다.
사발렌카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섰던 그는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도 3회 늘렸다. 사발렌카는 또 2016년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이후 8년 만에 하드 코트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과 US오픈 여자 단식을 한 해에 석권한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50억원)도 거머쥐었다.
사발렌카는 현역 선수 가운데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 4위(3회)가 됐다. 현역 최다는 7번 우승한 비너스 윌리엄스(833위·미국)고 그 뒤를 5회의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 4회의 오사카 나오미(88위·일본)가 잇는다. 사발렌카는 페굴라와 상대 전적에서 6승 2패로 격차를 벌렸다. 8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신시내티오픈 결승에 이어 최근 2연승을 거뒀다.
사발렌카는 테니스 팬들에게 '호랑이'로 통한다. 왼 팔뚝에 큼지막한 호랑이 타투가 있어서다. 신인 시절이던 18세 때 '코트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싸우자'라는 의미로 새겼다. 플레이 스타일도 맹수처럼 상대를 몰아친다. 그는 1m82㎝의 큰 키와 넓은 어깨를 이용해 내리꽂는 강서브가 위력적이다.
그의 코치 제이슨 스테이시는 머리에 사발렌카의 호랑이 문신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 넣었고, 이날 사발렌카는 우승 후 스테이시 코치 머리의 호랑이 그림을 쓰다듬으며 기뻐하기도 했다.
사발렌카는 그대로 세계 랭킹 2위를 유지하며, 페굴라는 다음 주 세계 랭킹 3위로 올라선다. 사발렌카는 "이 아름다운 우승 트로피를 갖는 날을 항상 꿈꿔왔다. 평소 이런 말을 잘 하지 않지만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반면 '한국계 금수저' 페굴라는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를 놓쳤다. 그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어머니 킴(55)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이던 1974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의 기업가 테리(73)를 만나 1993년 결혼했다. 아버지 테리와 어머니 킴은 미국에서 천연가스·부동산 사업을 하는 억만장자 기업가다.
페굴라 부부는 2011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버펄로 세이버스를 1억8900만 달러(약 25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14년 9월엔 미국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를 14억 달러(약 1조87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는 공동 구단주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페굴라 부부의 순자산이 67억 달러(약 8조96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테리는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12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우승자 페굴라는 14일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도 출전해 한국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페굴라는 "시즌 초반 성적이 안 좋았다가 8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며 환상적인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발렌카를 상대로 한 세트라도 따내려고 했지만, 워낙 파워가 좋은 선수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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