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홍명보 감독 "비난 내가 다 받겠다…김민재는 응원의 힘 아는 선수" (현장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오만 시브, 나승우 기자) 오만전을 앞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팬들에게 태극전사들에 대한 응원을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비난은 자신이 다 받겠다며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이 힘 빠지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직항편이 없다보니 카타르를 경유, 15시간 긴 여정 끝에 도착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등 태극전사들은 26명은 6일 밤 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에서 예상밖 졸전을 펼치며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과의 역사상 첫 A매치에서 전술 부재와 골결정력 미숙이 겹치면서 충격의 무승부에 그쳐 많은 비난을 받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엔 야유가 가득했다. 그러다보니 이번 오만전 승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됐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있는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 오만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온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장거리 이동 피곤함보다는 결연한 마음가짐이 더 짙게 드러났다.
'황소' 황희찬이 입국심사대를 가장 먼저 통과한 가운데, 골키퍼 송범근과 이재성도 나타났다. '고교 초신성' 양민혁이 뒤를 이었다.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가 차례로 나타났다. 홍 감독도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단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대표팀 뒷문을 지키는 조현우가 가장 마지막으로 입국심사를 마쳤다.
이날 입국장엔 김기주 주오만 한국 대사와 김승일 오만한인회 회장 등 교민 20여명이 꽃다발을 들고 대표팀을 반갑게 맞았다. 교민 팬들은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수비수 김민재가 지나가자 사인을 해달라고 외쳤다. 김민재는 그냥 지나가려다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더니 방긋 웃으며 요청에 응했다.
숙소에 빠르게 도착한 대표팀은 짧은 휴식 후 현지시간 7일 오후 6시, 한국 시간으로 오후 11시에 알시브 스타디움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홍 감독은 이에 앞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뒤 지난 팔레스타인전을 복기하면서 다가올 오만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밝혔다.
홍 감독에게 오만은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지난 2012년 2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시절 오만 U-23 대표팀을 3-0으로 무찌르고 2012 런던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은 기억이 있다. 당시 승리를 따냈던 곳이 바로 이날 훈련장인 알시브 경기장이었다.
취재진과 마주한 홍 감독은 "오만이라는 나라가 낯선 곳이지만 좋은 기운이 있던 곳이라 나쁘진 않다"며 옛 기억을 떠올리고는 미소 지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팔레스타인과의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대표팀은 자칫 이번 오만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부담을 안고 향후 일정을 치러야 한다.
대표팀은 오는 10월 요르단 원정을 다녀온 후 홈에서 이라크를 상대한다. 11월에는 쿠웨이트, 팔레스타인과 중동 원정 2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환점을 돌게 되는 11월 팔레스타인전까지 대부분이 원정 경기라 여기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그래야 내년 7~10차전에서 본선행 확정이 가능하다. 한국은 마지막 4경기 중 3경기를 홈에서 치른다.
한국과 오만 모두 승리가 필요하다. 한국은 오만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경우, 선임 과정에서 큰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 체제 근간이 심하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3차예선 B조에서 오만과 팔레스타인 외에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등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속했다. 이라크, 요르단이 더 강한 상대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만도 이기지 못하면 본선 직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오만전 구상을 계속 진행하는 모습이다. 그는 "오만이 밀집수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밀집수비를 깨려면 반대전환 패스가 중요하다. 팔레스타인전과 비교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라인업 변화를 예고했다.
홍 감독은 아울러 자신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내내 야유를 받으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팬들이 선수들 만큼은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는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나빠 상대적으로 기술 좋은 한국 선수들이 고전, 대한축구협회가 홈구장 변경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 일문일답.
-오만에 좋은 기억이 있다.
오만이라는 나라가 낯선 곳이지만 좋은 기운이 있던 곳이라 나쁘진 않다.
-김민재가 팬들과 마찰이 있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경기 끝나고 그랬다는 걸 나중에 봤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국민들을 위해 뛴다. 내가 아는 김민재는 팬들에게 감사하는 선수다.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된다는 걸 알고 뛰는 선수다.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것, 감독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한테는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감독을 향한 비난은 받아들일 수 있다. 비난은 감독이 받으면 된다.
-팔레스타인전을 돌아보자면.
결과가 좀 아쉽다. 최종예선이고, 결과를 내야하는 시기다. 후반전에 찬스도 여러번 있었고, 그걸 성공시키지 못해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경기였다. 유럽에서 온 선수들, 특히 김민재, 손흥민, 이강인 선수는 하루 쉬고 바로 경기에 나가서 피곤함이 조금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좋지 않았다. 술탄 카부스 경기장은 봤나.
모레 공식 훈련할 때 봐야한다. 선수들 테크닉이 좋은데 그라운드 환경이 좋으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 선수들 경기력이 잘 나올 수 있는 곳이 좋다.
-남은 월드컵 예선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하는 걸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월드컵 경기를 상암(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다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대한축구협회 자체적으로 잔디가 계속적으로 안 좋다고 하면 선수들 경기력에 좋지 않으니 한번 고민해 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90분 내내 야유를 들은 건 처음이었나.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밖에서의 일은 밖이고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오만전은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제일 중요한 건 결속력, 응집력이다. 그건 누구에 의해서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주위의 어떤 여러 주변 환경에 의해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경기에서 여러가지로 전체적인 경기장 분위기, 흐름, 생각들이 다음 경기에는 어떤 식으로 나올지 잘 모르겠다. 다들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걸 긍정적으로, 좋은 경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 역할이고, 선수들도 너무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서 좋은 경기 또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오만에 개인기 있는 선수들이 있다. 최종예선에서는 상대에게 한 번의 찬스, 그게 카운터어택이 될 수도, 세트피스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걸 집중력을 높여 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 상대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려서게 된다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일, 모레 훈련하면 된다.
-팔레스타인전에서는 어떤 게 가장 잘 안 됐나.
지난 팔레스타인전은 그런 걸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조금 부족했다. 긍정적이었던 건 전반보다 후반에 좋아졌던 거였다. 전반 같은 경우는 볼을 자기가 받으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선수들이 내려오고, 볼이 앞으로 가야할 때 수적으로 부족했다.
선수들이 볼을 소유하는 건 알지만 그 목적에 대해 인식했으면 좋겠다. 소유하는 건 얼마만큼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경기를 하느냐, 우리의 의도대로 만들어가기 위해 소유하는 것이다. 너무 볼을 안정적으로 돌리다보니 그렇게 해서는 밀집수비를 깨기 힘들다. 이런 경기들을 해봐서 아는데 반대전환 없이는 밀집 수비를 뚫기 쉽지 않다.
-오만전에 변화를 줄 예정인가.
변화가 있을 거다. 줘야할 거 같다. 몇 년 동안 같이 한 선수들인데 난 훈련 하루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내 전체적인 색깔보다 선수들이 잘해왔던 걸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후반전에는 조금 변화를 줬고, 잘 이어졌는데 남은 이틀 동안 잘 수정해서 준비하겠다.
-선수들 컨디션은 어떤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같은 경우는 3일에 도착해서 대기시간까지 15~16시간 왔다가 4일, 5일 (훈련 및 경기)하고 6윌 하루 쉬고 온 거다. 체력관리, 시차관리가 힘들다. 선수들이 경기 오기 전에 완벽하게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했다.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이번도 마찬가진데 이번에는 지난 경기보다 조금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손흥민, 이강인이 결정적 기회를 놓친 것도 그 영향이었다고 봐야하나.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으로 이어지고, 전체적으로 영향이 있었을 거다. 그런 걸 놓칠 선수들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경기 끝나고 한 선수, 몇몇 선수를 가지고 얘기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경기를 놓고 봤을 때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를 해줬다. 다음 경기가 있으니 잘 준비하자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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