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해장국집서도 '이얼싼~ 찰칵'…차이나타운 돼버린 그곳

최충일 2024. 9.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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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지 여기저기서 중국어 들려


4일 오전 제주시 도두1동 무지개해안도로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최충일 기자
‘이얼싼(하나둘셋)~ 찰칵’ 지난 4일 오전 11시 제주시 도두1동 무지개해안도로 곳곳에서 중국어가 들렸다. 대형 관광버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30~40명을 해안도로로 실어 날랐고, 인근 주차장엔 중국 개별 관광객이 택시를 이용해 속속 도착했다. 중국 시안시(西安市)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온 리(Li·25)는 “SNS를 통해 제주 바다가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바다를 보니 황홀하다”고 말했다.

제주 찾는 외국인 사드 보복 이전처럼 많아져


4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최충일 기자
이날 오후 6시 제주시 연동의 한 외국인 면세점도 중국인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은 3100여 명. 이들은 중국 상하이시(上海市)에서 크루즈 아도라매직시티호(13만t급)를 타고 제주에 들어온 단체 관광객이다. 이들은 제주 시내를 관광하고 면세점 쇼핑 등을 즐겼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지난해보다 3.4배 늘어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제주시 연동의 한 상점에 중국어 간체자가 써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구축 사태 이전 규모로 회복됐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광통계를 보면 지난 4일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133만3181명으로 지난해 39만7242명보다 235.6% 늘어났다. 특히 지난달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만 2204명으로 사드 보복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7년 2월 이후 첫 2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80% 이상은 중화권 관광객이다.

국제노선 확충...중국 MZ 관광객 관심 늘어나


지난 2일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사드 보복과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 지면서 항공과 크루즈 운항이 정상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주가 한류에 관심이 큰 중국 MZ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는 점도 한몫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제주 관광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세기를 포함한 제주 직항 국제선은 중국 15개, 일본 2개, 대만 1개 노선 등 모두 21개 노선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해당 제주 직항 국제선 노선의 총 운항 편수는 1631편, 여객 수는 26만6002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방한 관광객 중 제주지역 점유율은 13.0%로, 지난해 6.6%보다 6.4%포인트 상승했다.

국제 크루즈 관광객 올해 70만명 예상


지난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입항한 첫 중국 건조 초대형 크루즈인 '아도라매직시티호'. 최충일 기자
국제 크루즈 관광 활성화도 외국인 제주 관광에 한몫했다. 지난 7월 기준 외국인 크루즈 이용객은 제주항 1만7675명, 강정항 3만3315명 등 총 5만990명으로 집계됐다. 8월 기준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46만명에 이른다. 올 한 해 제주에는 304회의 크루즈선 입항과 방문 관광객은 70만명 이상으로 예정됐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 관광은 2017년 3월 사드 배치 갈등 이후 6년 5개월 동안 중단됐다. 지난해 8월 국제 크루즈선이 입항하면서 유람선 관광산업은 재개됐다.

중화권 손님 늘어 중국어 필수…뼈해장국 북적


최근 중국인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제주시 연동의 한 뼈 해장국 식당에 간체자가 쓰여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제주 전체가 차이나타운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제주시 연동 일대에는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누웨마루거리가 있다. 이곳 상당수의 상점에 중국어 간체자가 쓰여 있다. 인근 상점을 운영하는 현모(50)씨는 “최근 중화권 손님이 많이 찾는 만큼 가게 곳곳에 중국어를 쓰는 게 필수”라며 “사드와 코로나19 이후 불황이 이어졌는데 그나마 중국인이 있어 장사가 된다”고 했다. 연동 일대에는 중국인에게 인기인 ‘뼈해장국’ 가게가 많아졌다. 지난해 2곳이던 뼈해장국 가게가 올해 7곳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곳 음식점 주인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면세점과 호텔 주변 식품점에는 가격이 중국 화폐 위안화로 표기된 곳도 있다.

제주 카지노 업계도 최대 매출 기대감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의 입구. 최충일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자 제주도 내 카지노 업계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 리조트가 지난달 매출 500억원을 넘겨 월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주 드림타워는 8월 매출 505억4900만원을 올려 1년 전(321억5800만원)보다 57.2% 늘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드림타워 카지노의 지난달 매출은 330억원으로 전년(179억600만원)보다 84.3% 늘었다. 한편 올해 1~8월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6.3% 감소했다. 다만 8월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08만7215명, 올해 108만66명으로 0.7% 줄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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