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해? 내 표가 시가라니… 슈가·오아시스 티켓 논란
BTS 슈가 뉴욕 공연도 널뛰는 티켓값에 팬들 분노
“암표상 예방 효과 있어” 옹호론도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예매 대란이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동적 가격 책정)’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란 수요와 공급의 추이에 맞춰 가격을 가변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정가(定價)를 따로 정하지 않고 시가(市價)로 받겠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오아시스 팬 앨런 딕(43)은 지난 1일 무려 6시간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데 성공했지만 속이 편치 못하다. 기다리는 동안 티켓값이 계속 오르면서 그에게 무려 358파운드(약 63만원)나 청구됐기 때문이다. 예매 시작 당시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가격이었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 판매를 대행한 티켓마스터 측의 가격 정책 때문이다. 티켓마스터는 소비자가 몰려들면 자동으로 가격을 높혀 받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채택하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알고리즘 탓에 타인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불합리를 겪는 셈이다.
딕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티켓마스터 측의 가격 정책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티켓 구매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들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부연했다.
오아시스 팬들의 원성이 이어지자 영국 정부는 티켓마스터 측의 가격 정책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부터 티켓마스터의 모기업인 라이브 네이션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었다. 유럽연합(EU) 역시 티켓마스터의 사업 관행이 소비자 보호 관련 법제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적으로 불거져왔다. 지난 2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내년부터 햄버거 가격 책정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철회했다. 웬디스는 소비자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3월 한 달 동안 햄버거 가격을 1달러(약 1330원)로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뉴욕 콘서트 티켓 예매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적용돼 같은 논란이 빚어졌다.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NoDynamicPricing(다이내믹 프라이싱 반대)’ 해시태그(#)를 공유하고 하이브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에 대한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암표상의 부당 이익을 차단하고 아티스트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인기 뮤지컬 ‘해밀턴’은 2016년 암표 방지를 위해 가격을 일괄적으로 849달러(약 113만5000원)로 인상한 바 있다. FT 분석에 따르면 가격 인상을 통해 티켓 중개 사이트에서의 암표 거래를 절반 가량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롤링스톤즈, 레이디 가가, U2의 비즈니스 매니저을 맡고 있는 빌 지스블라트는 FT에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 티켓 액면가의 10배로 팔아넘기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는 잔혹한 일”이라며 “우리로서는 암표상이 이익을 보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아티스트가 좋은 버스에서 잘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팬들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에 따른) 높은 가격을 내고 티켓을 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아주 어려운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5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다룬 보고서에서 “가격 변동이 무작위적이거나 불공평하다고 인식할 경우 소비자는 이를 기만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가격 한도 설정, 수요 폭발 시 인위적 개입 등 소비자가 수용하는 가격 정책을 위한 운영의 묘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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