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 자제" 논란 김민재, 오만에서 미소 찾았다…"사인해 주세요" 화끈한 팬서비스 [무스카트 현장]
(엑스포츠뉴스 오만 무스카트, 나승우 기자) 월드클래스 수비수를 향한 사인 요청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한 걸음에 달려가 팬 서비스에 응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 얘기다. 아무나 입단할 수 없는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센터백의 면모가 이역만리 중동 무스카트에서 한껏 빛을 발했다. 태극전사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와중에 김민재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렸다. 김민재도 화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5시 오만 무스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은 오는 10일 오후 11시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 있는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 오만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를 위해 김민재 등 태극전사들은 전날 15시간 긴 여정 끝에 무스카트에 도착했다. 직항편이 없다보니 카타르 도하를 경유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대표팀이 A매치를 위해 오만에 오기는 지난 2003년 2004 중국 아시안컵 예선 이후 21년 만의 일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싸워야 한다. 홍명보 감독 대표팀 복귀전이기도 했던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의 B조 1차전 홈 경기에서 예상밖 졸전을 펼치며 0-0으로 비겼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을 만나 오히려 쩔쩔 맸다. 전후반에 각각 한 골씩 내줄 뻔한 순간이 있었다. 물론 한국도 골 찬스가 있었지만 이강인과 손흥민이 후반에 한 차례씩 날렸다. 결국 0-0 무승부로 90분 격전을 마무리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야유가 울려퍼졌다. 이번 오만전 승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무스카트 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태극전사들의 표정에선 장거리 이동 피곤함보다는 결연한 마음가짐이 더 짙게 드러났다.
'황소' 황희찬이 입국심사대를 가장 먼저 통과한 가운데, 골키퍼 송범근과 이재성도 나타났다. '고교 초신성' 양민혁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가 비슷한 시간에 입국장을 통과했다.
김민재도 초반엔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지나가려고 했다. 이 때 김민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셈이다. 이날 태극전사들을 환영하기 위해 무스카트 공항에 온 20명의 한인들이 사인을 요청했다.
이에 김민재도 곧바로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축구공, 유니폼 등 여러 물품에 정성 들여 사인을 했다. 김민재는 선수단이 다 빠져나간 뒤에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사인하며 팬 서비스를 실천했고, 자신의 인기도 알렸다. 이어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실 김민재는 오만에 오기 전에 적지 않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팔레스타인전에 국가대표 서포터 '붉은악마'를 비롯해 적지 않은 관중이 대한축구협회 행정 난맥상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석연 찮은 구석을 지적하기 위해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 비난하는 구호와 야유를 외쳤는데, 이게 정작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엉뚱하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와중에도 정 회장이나 홍 감독이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내면 야유가 쏟아졌다.
김민재는 이 점이 아쉬운 듯 했다. 경기 직후 홀로 붉은악마가 물려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스탠드에 가서 자제 요청을 했다. 이어 선수들이 경기장 곳곳을 다니며 단체 인사를 할 때도 붉은악마가 있는 북측 스탠드 앞에서는 인사하지 않고 또렷하게 붉은악마를 쳐다봤다.
이후 김민재는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팬들이) 사실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선수들에게 응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우리가)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을 해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쉽고 해서 내가 그런 말씀을 드린 거다. 전혀 공격적으로 말씀드리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민재 인터뷰 뒤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 정 회장과 홍 감독을 비판하는 야유를 선수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공존했다. 붉은악마는 6일 성명서를 내고 '지기를 바라는 응원은 없다'며 김민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다음 경기부터 응원 방법을 다시 고려하겠다며 김민재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민재는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오만에 왔는데 자산을 가장 먼저 부른 팬들의 외침에 미소를 되찾은 것이다.
김민재는 이번 오만전에서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오만이 홈이지만 전력상 한국보다 한 수 아래여서 선수비 후역습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비수로는 역시 김민재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오만에 온 뒤 공항에서부터 미소를 찾은 김민재가 밝은 마음가짐으로 오만전 승점3 챙기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홍명보호는 공항에서 15분 거리의 숙소에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 뒤 오후 6시(한국시간 7일 오후 11시) 숙소에서 서쪽으로 약 7km 떨어진 곳에 있는 시브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소화한다.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과는 정반대편에 있다.
이번 경기를 치르는 한국과 오만 모두 승리가 필요하다. 한국은 오만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경우, 선임 과정에서 큰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 체제 근간이 심하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3차예선 B조에서 오만과 팔레스타인 외에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등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속했다. 이라크, 요르단이 더 강한 상대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만도 이기지 못하면 본선 직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오만 역시 첫 경기에서 이라크와 잘 싸우고도 0-1로 졌다. 한국에도 패하면 3차예선 1~2위에 주어지는 본선 티켓은 물론 3~4위에 해당하는 4차예선 진출권도 놓칠 확률이 크다. 사활을 걸고 한국과 붙어야 하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엠빅 동영상, 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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