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없는 e스포츠 무대로…이 교회의 ‘장애인’ 사랑법

김동규 2024. 9. 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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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in 과천’ 가보니
과천교회, 청년들의 화합을 만들기 위해 공간 내놓아
과천시장애인e스포츠연맹이 과천시와 공동으로 7일 경기도 과천교회 드림홀에서 개최한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in 과천’을 개최했다. 사진은 장애인 선수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우리 선수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제가 출전해도 우리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있어도 함께 하는 이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이 펼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본선전, 이성훈 캐스터와 프로게이머 출신인 김승래 해설위원이 장애인 선수들이 펼치는 치열한 경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경기는 관중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듯했다. 한 번은 결승선을 앞두고 1등이 네댓 번 바뀌는 장면이 있었는가 하면, 종합 점수에 아깝게 밀려 결승전에 떨어진 선수도 있었다.

한 선수가 1등으로 마지막 주행을 마치자 환호했다. 어떤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한껏 끌어올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는지 모니터 앞에서 떠나질 않았다. 패배의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는 선수들도 있었다. 경기를 바라보던 관중들은 위로의 박수를 전하기도 했다.

과천시장애인e스포츠연맹이 과천시와 공동으로 7일 경기도 과천교회 드림홀에서 개최한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in 과천’을 개최했다. 사진은 장애인 선수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다소 몸이 불편한 이들이었지만 이들을 막을 장벽은 없었다. 과천시장애인e스포츠연맹(회장 주이삭)이 과천시와 공동으로 7일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드림홀에서 개최한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in 과천’이 그런 무대였다. 이날 행사 주제였던 ‘ICANPLAY’(저도 즐길 수 있습니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경기도 과천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을 위해 e스포츠의 장을 마련한 자리에는 경기도 지역 장애인 선수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눈길을 끄는 건 대회가 열린 장소였다. 열린 장소는 바로 교회. 다음세대가 예배를 드리는 교육관은 흔히 볼 수 있는 e스포츠 대회 무대로 탈바꿈했다. 평소 강대상이 놓였던 곳에는 게임을 위한 최신형 컴퓨터 10대가 설치됐다. 또 평소 설교 영상이 흘러나오던 대형 모니터에는 게임이 생중계됐다.

이성훈 캐스터와 김승래 해설위원이 7일 경기도 과천교회에서 열린 e스포츠대회에서 해설하고 있다.

과천교회는 국내 교계에서 최초로 2021년부터 해마다 과천시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e스포츠대회 ‘과천 e스타’를 위해 교회 공간을 내줬다. 건전한 게임문화를 형성하며, 소통의 장을 제공해 다음세대를 돕는다는 취지에서다. 처음 열린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교회에서 개최된 배경도 비슷한 이유였다. 활동이 제약되는 장애인이 e스포츠를 통해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제공하고 비장애인과의 소통·화합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과천교회 교인이기도 한 김준모 과천시장애인체육회 회장은 “e스포츠는 과거 음지라고 불리는 하나의 종목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시안게임 등에서 채용될 정도로 긍정적인 종목이 됐다. 또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면서 “그 안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지만, 안전하고 건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자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앞서 프로게이머 출신 신보석씨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란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신씨는 “e스포츠는 경기의 관전성 경쟁성 공정성 아래 선수의 기량을 공평하게 보여줄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제가 생각할 때는 e스포츠와 게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과천교회에서 진행되는 이 대회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진입장벽이나 차별 없는 사회, 함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카트라이더 개인전과 팀전 토너먼트가 본선부터 결승전까지 진행됐다.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코치가 함께 달리며 화합을 다지는 이벤트 매치 ‘어울림 지역 팀전’도 진행됐다.

과천교회 산하 하늘행복나눔재단 동아리 ‘아가페’가 종합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열띤 경쟁 끝에 개인전에는 고재현(28) 선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팀전 우승과 종합우승은 과천교회 산하 하늘행복나눔재단 동아리 ‘아가페’에게 돌아갔다. 고재현 선수는 “저와 같은 장애인들이 안전히 경기할 수 있도록 대회를 마련해주고 좋은 추억을 선사해준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아가페 소속 박예찬(36) 선수는 “우승한 지 몰랐을 정도로 떨리고 몰입했다”며 “매주 재단에 나와 연습했는데 우승이란 값진 성적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주이삭 과천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은 폐회사에서 “앞서 대회가 무사히 끝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부흥해 리그로 이어지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관전으로 함께한 학부모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발달장애를 가진 고상엽(25) 선수의 보호자인 윤경숙(63) 안양시의원은 “발달쟁애인 아들이 온라인에서 차별 없이 건강한 경쟁의식을 느끼고 흥미를 느낄 수 있단 점에 긍정적”이라며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대회였다. 이런 대회가 많이 열릴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과천시장애인e스포츠연맹이 과천시와 공동으로 7일 경기도 과천교회 드림홀에서 개최한 ‘경기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in 과천’을 개최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과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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