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 2만 인파 "기후가 아니라 세상 바꾸자"

김종훈 2024. 9. 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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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행진 현장] 신논현~강남~역삼~선릉~삼성역 4km 행진... 각종 요구 분출

[김종훈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펼쳐진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도로 위에 죽은 듯 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름 내내 위기감을 느꼈다. 습하고 뜨겁고 짜증 나고... 이대로면 지구가 망해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이 와중에 폭염 때문에 일하다가, 자다가 죽었다는 소식은 계속 들려오고.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도 않더라. 그 순간 (나라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온 이유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20대 박시은씨가 전한 말이다. 그는 친구와 함께 '907 기후정의행진'(이하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

절기상 가을바람이 분다는 처서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한낮 기온 31도를 넘긴 이날, 강남대로 한복판에 2만여 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신논현역 5번출구부터 강남역 11번 출구까지 600m에 이르는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손에는 '기후 재난 말고 존엄, 안전한 삶 보장', '이윤 말고 생명, 삶의 기본권 보장'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고,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를 주최한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선언문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전력 수요를 늘리면서 핵 위험과 온실가스를 늘리는 위험한 질주 속에 민생은 없다"며 "기후재난과 불평등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해 함께 행진하자"고 밝혔다. 노동자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등도 촉구했다.

"뜨거워진 세상.... 투쟁하고 저항해야"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본 집회는 오후 3시께 시작됐다. 일상이 된 기후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희생자를 생각하는 묵념이 첫 순서였다.

가장 먼저 연사로 나선 정록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해온 우리는 뜨거워진 세상, 무너져내리는 세계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저항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의 대표적 문제는 폭염과 폭우 혹한 등 이상 기후"라면서 "온갖 금속 재료와 콘크리트, 아스콘으로 둘러싸인 현장은 기상청 발표와도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매년 증가하는 강수량과 폭우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우중타설에 내몰리는 건설노동자는 부실시공을 우려하면서도 해고의 위험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최근 기후 위기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언급하며 "이 판결은 우리 사회의 최선이 아닌,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기후 대응이 위기에 더 취약함에도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위기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삭제된 기후 대응은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환경권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결정이다.

신논현-강남-역삼-선릉-삼성역에 이르는 4km 행진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907기후정의행진'에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강남역 일대에서 본집회를 진행한 후 테헤란로를 따라 삼성역까지 행진했다.
ⓒ 김종훈
집회를 마친 2만여 명의 시민들은 방향을 바꿔 신논현역에서부터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 등으로 테헤란로를 따라 4km가 넘는 구간을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독수리와 수달, 거위, 물고기 등 동물 모양 옷과 모자를 썼다.

이들은 강남대로 일대에 자리한 구글코리아, GS칼텍스, 쿠팡로켓연구소, 포스코센터 등에서 멈춘 뒤 "생태파괴 및 난개발에 맞서자", "기후재난과 불평등에 맞서자",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자" 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참가자들은 행진 종착점인 삼성역에 도착한 뒤 도로 위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후재난에 사라져 간 생명을 애도하는 의미다.

2018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 시위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행동의 달'인 9월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2019년 시작된 기후위기행진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빼고 올해로 네 번째다. 지금까지 광화문과 시청역 일대에서 진행됐으나 올해 처음으로 강남 일대에서 열렸다.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촉구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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