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들고 무릎 꿇었는데 '탕'…러군, 항복한 우크라군 또 총살했다
러시아군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그 자리에서 살해하는 '즉결 처형'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입수한 드론 영상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참호를 점령당하자 밖으로 나와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무릎을 꿇어 항복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내 우크라이나 군인 3명이 바닥에 쓰러졌고 숨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 영상에 대해 CNN은 러시아군이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을 명백히 처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도 이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처형하는 방식이라면서 올해 들어 이런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을 살해하는 장면은 이전에도 대중에 공개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일 최전선 토레츠크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밖으로 나온 우크라이나 군인 3명을 러시아군이 총격해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도네츠크주 당국은 영상 속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고의적 살인과 결합된 전쟁법 및 관습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월 촬영된 다른 영상에서는 러시아 죄수 출신으로 추정되는 군인 한 명이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 한 명을 총으로 쏴 죽이는 모습이 담겼다.
CNN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소식통으로부터 지난해 11월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즉결 처형한 사례 목록을 15건 제공받았다고 전했다. 모두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전쟁 포로로 데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살해한 것으로 드론 촬영 영상이나 무선 감청을 통해 증거가 확보된 경우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생한 우크라이나 군인 즉결 처형 사건을 최소 28건 조사 중이라고 CNN에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러시아군이 즉결 처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73명을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틴 검찰총장은 "이런 반인도적 범죄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여러 러시아군 부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며 "이는 크렘린궁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을 넘어 제노사이드(집단말살)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코스틴 총장은 최근 전선에서 즉결 처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광범위한 집단 학살의 일부일 수 있다고 짚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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