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로 산다는 건 [쿠키청년기자단]
한국에는 다양한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 있다. 인기 스포츠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거나 대중이 종목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조정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미디어에 노출된 적 있으나, 정식 중계는 없다. 미식축구와 럭비는 별개지만, 미식축구의 영문명이 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킨볼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이들 종목 선수는 자신의 꿈을 좇아 훈련을 계속하지만, 여러 고충을 겪는다. 수입, 인프라, 선수 부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식축구는 럭비에서 변형한 형태의 또 다른 구기 스포츠다. 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Super Bowl)’의 광고비가 초당 650만 달러(한화 약 89억)에 달할 정도로 인기인 반면,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운동하기 위해선 사비를 들여야 한다. 한국에는 미식축구 프로리그가 없다. 사회인 리그와 대학 리그만 있다. 두 리그에 속한 팀들은 구단 운영비를 소속 선수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부상 치료 비용 역시 개인 부담이다.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도 사비를 털어 여비를 마련한다.
사회인 리그 ‘군위 피닉스’ 소속 미식축구 국가대표 김성연(32)씨는 전산실 서버 관리를 겸업하고 있다. 미식축구 선수라는 직업만으로는 돈을 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식축구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참가하지만, 국가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은퇴한 선배 선수들의 지원금으로 개최지에서의 숙박과 버스 대여비를 해결한다. 이 외에 비행깃값, 식비 등은 사비로 지출한다.”고 말했다.
조정은 노를 저어 배의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다. 종목 특성상 강에서 경기한다. 전국에 조정 경기가 가능한 장소는 일곱 곳뿐이다. 서울권에서는 하남 미사리 조정 경기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88년도 서울 올림픽 이후 시설 보수와 증축을 진행하지 않아 낙후됐다. 한 경기장에서 조정, 카누, 카약 등의 종목을 동시 훈련하기 때문에 번잡하기도 하다.
하남 미사리 조정 경기장 대관료는 평일 14만3000원, 주말 18만6000원이다. 만만치 않은 대관료 탓에 선수들은 평일에는 주로 육지에서 로잉머신을 활용해 훈련한다. 주말 혹은 대회가 다가올 즈음에만 실전 경험을 위해 경기장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장비 부족 문제도 있다. 조정 보트 한 척의 가격은 1억원을 호가한다. 한국 조정팀들은 평균 두 척의 보트를 가지고 있다. 인원수에 비해 조정 보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번에 팀 전체가 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름 약 1m의 큰 공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겨루는 배구 형 스포츠 킨볼은 선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에는 아직 킨볼 전문 교육 기관이 없다. 일부 학교 스포츠클럽이 전부다. 학교 스포츠클럽 출신 선수가 성인 선수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학교 스포츠클럽 지도를 위해 킨볼을 접한 체육 교사들이 킨볼 선수를 겸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주 킨볼 소속 오정익(24) 선수는 킨볼 선수를 구하기 위해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킨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 선수는 “작년에 아시안컵을 한국에서 개최했고, 올해는 킨볼 월드컵을 한국에서 진행하는데, 기사 하나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킨볼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인기 스포츠 선수들의 고충은 은퇴로 이어지기도 한다. 14세의 나이에 홍콩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스쿼시(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코트에서, 라켓으로 고무공을 벽에 맞히어서 공이 바닥에 두 번 튕기기 전에 되받아치는 구기 스포츠) 유망주였던 오수현(24)씨는 20세에 은퇴를 결정했다. 오씨는 “여느 비인기 스포츠 종목처럼 스쿼시 선수라는 직업만으로는 벌이가 쉽지 않다”며 “대회도 많지 않기 때문에 더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비단 스쿼시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는 비인기 종목 선수분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은 본인 성적에 대한 열망뿐만 아니라 종목을 알리기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경기한다. 이들을 위해 대한체육회의 지원과 대중들의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쿠키청년기자 dhfkehd4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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