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은 크루즈 여행, 결혼하면 2000만원…'큰 손 중매인' 정체
각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생 대책으로 청년 남녀들의 만남 주선을 공식 행사로 열고 있다. 일각에선 "세금 낭비"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전국 최초 결혼장려팀을 만든 대구 달서구에선 지금까지 14쌍의 결혼 커플이 탄생했다.
지차체가 마련한 단체 소개팅의 장점은 신분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행사에 참가하려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나이에 직장을 다녀야 지원 가능하고, 재직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 등 서류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저출생 대안으로 떠오른 덕분에 각종 지원도 상당하다.
부산 사하구의 경우 커플이 되면 50만원, 상견례 시 100만원, 결혼 축하금 2000만원, 전세보증금 3000만원 또는 최대 5년간 월세 80만원 등 관계 진전에 따라 현금을 주고 있다. 경북도는 최근 10년 동안 관내 혼인 건수와 신생아가 절반으로 내려가자, 만남이 성사된 커플에게 영일만항 국제크루즈 터미널에서 5박 6일 크루즈 여행을 보내준다.
높은 성사율로 입소문이 난 경기 성남시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은 평균 경쟁률이 6대 1을 넘었다.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총 7차례 소개팅에서 남녀 142쌍, 전체 참가자 중 43%가 커플이 됐다. 지난 7월엔 1호 부부가 나왔다. 신랑 최성진(36 )씨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홍보 문구를 보고 지원했다"고 했고, 신부 황영주(34)씨도 "이렇게 멋지고 듬직한 남편을 만나게 돼 기쁘고 꿈만 같다”며 결혼 소감을 밝혔다.
소개팅은 대체로 레크리에이션 전문 MC가 사회를 보고 커플 게임, 일대일 대화, 저녁 식사, 마음에 드는 상대 지목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성남시는 이달 행사부터 인공지능(AI) 매칭 프로그램을 도입해 참가자의 MBTI를 분석, 서로에게 최적화된 조편성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오산시, 경북 경산시·경주시, 전북 군산시, 전남 광양시, 경남 고성군 등도 저마다 미혼남녀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로이터, 보스턴글로브 등 주요 외신은 '한국의 저출생 대책 일환'이라며 의미 있는 분량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청년들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연애라는 사생활에도 공적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지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원서를 냈다가 뽑히지 못한 성남시의 한 30대 직장인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는지 알 수 없어서 아쉽다. 추첨제여야 공정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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