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청담동 그 파티, 꼭 필요한 이유 [더하이엔드]
지난 4일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 2024’와 국내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 2024’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했다. 9월 4~7일(키아프는 8일까지) 열리는 두 아트페어는 국내외 갤러리가 다수 참여해 다양한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미술 장터다.
물론 ‘키아프리즈’로 불리는 본 행사만이 전부는 아니다. 해당 기간 미술관·박물관은 물론 서울 시내 수많은 갤러리는 이른바 ‘아트 피플’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시와 행사를 연다.
특히 서울 갤러리 밀집 지역인 삼청동과 한남동·청담동 등지의 갤러리들은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른바 ‘프리즈 나이트’다. 디제잉 파티나 칵테일 파티를 열고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는 장외 행사다. 올해는 ‘을지로 나이트’가 신설되면서 서울의 밤이 한층 뜨거워졌다. 2일 을지로를 시작으로 한남·삼청·청담 나이트가 뒤이어 하루씩 열렸다.
청담 나이트, 다채로운 소란
5일 오후 8시,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의 디아드(DYAD) 갤러리에서는 흥겨운 소란이 벌어졌다. 한껏 차려 입은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음악에 몸을 즐기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 행사는 ‘프리즈 라이브’로, 프리즈가 서울에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퍼포먼스 기반 예술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프리즈 라이브는 ‘신·경(神經):Nerve or Divine Pathway’이라는 주제로, 시를 퍼포먼스 예술의 매체로 활용해 비언어적 몸짓의 언어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총 7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5개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이중 장수미가 이날 디아드 갤러리에서 프리즈 라이브 퍼포먼스를 재현했다. 파티로 들썩였던 장내는 공연이 시작되면서 일순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척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몸짓에 참석자들의 눈과 귀가 바빠지면서다.
이날 장씨는 관객 참여형 공연을 통해 사회적 연결의 복잡성을 표현했다. 공연자들의 지척에 선 관객들은 퍼포먼스에 동화되기도, 분리되기도 하면서 예술의 감각을 만끽했다. 벽에 걸린 그림이나, 바닥에 놓인 조각과 달리 움직이는 예술인만큼 공간에 생동감을 더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민요 크로스오버의 선구자 이희문 아티스트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한국 민요에 펑크·디스코·글램록 등을 접목한 퓨전 국악으로 예술의 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저녁 청담 거리 곳곳은 예술적 분위기로 물들었다. 디아드 갤러리 주변 지갤러리에서는 떡볶이 파티가, 도산대로의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는 화제의 프랑스 파리 피노컬렉션 전시가 늦은 밤까지 열렸다. 루이비통·로에베 등 청담 명품 거리의 브랜드 매장도 늦게까지 불을 밝힌 채 관련 전시를 여는 등 예술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아트 피플’ 만남의 장
프리즈가 한국에 상륙한 지 햇수로 3년. 가장 큰 변화라면 이처럼 밤새 즐기는 예술 파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아트 페어 성공 기준은 단연 작품 판매지만, 이에 못잖게 장외 네트워킹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판매가 성사되는데 아티스트·컬렉터·큐레이터·갤러리스트 등 미술계 인사들의 만남의 장이 큰 역할을 하는데다 다음 행보를 기약하는 디딤돌이 된다.
5일 디아드 갤러리 행사에도 프리즈 공식 위원장 및 위원들, 프리즈 VIP 컬렉터 등 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디아드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이 프리즈 라이브를 공식 후원하면서 자리가 마련됐다. 류초록 디아드 디렉터는 “세계적 아트 페어 프리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디아드의 특별한 비전을 소개하는 기회이자,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인 디아드 멤버의 자연스러운 예술 경험을 고양하기 위한 첫 번째 행사”라고 취지를 밝혔다.
진화한 소셜 클럽 온다
프리즈라는 예술 행사를 매개로 사람들을 모은 디아드는 국내서는 드문 개념의 소셜 클럽이다. 오는 2025년 하반기 서울 청담동 1번지에 들어서는 신개념 회원제 클럽으로 리조트나 호텔·골프장·고급 주거 시설을 기반으로 한 기존 멤버십 클럽과 차별화한다.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두기보다 회원들간의 사회적 교류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에서다.
소셜 클럽은 17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문화다. 클럽 소속 회원들이 모여 사교 활동을 하는데, 주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회의실과 라운지,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 최고급 파인 다이닝 식당 등으로 이뤄진 공간이 거점이 된다. 미국 뉴욕에서 1836년 설립된 ‘더 유니온 클럽’, 2020년 설립된 ‘제로 본드 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디아드는 ‘웰니스(wellness)·워크(work)·플레저(pleasure)’라는 세 가지 콘셉트를 중심으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하 3층, 지상 17층의 총 20층 규모로 피트니스와 스파, 다이닝 및 라운지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류 디렉터는 “단순 고급 공간만이 아니라 회원들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채로운 콘텐트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번 프리즈 라이브 프로그램과 같은 예술 행사는 물론 포럼·세미나·독서 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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