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손가락이 뭐길래...남녀 갈등에 머리 싸매는 마케팅 담당자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9. 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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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는 그릭요거트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SNS 화면 갈무리)
사회적으로 남녀 갈등이 심해지면서,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문제의 발단은 엄지와 검지를 모은 특정한 손가락 모양이다. 해당 행위는 여성 커뮤니티에서 ‘남성을 혐오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뜻을 모르는 그래픽, 마케팅 담당자들이 회사 홍보 포스터에 손가락 모양이 그려진 그림을 넣었다가 ‘남성 혐오 기업’으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손가락 모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 일부 남성의 주장에 굴복한 ‘여성 혐오 기업’이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마케팅 담당자들은 “검열하느라 바쁘다”며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최근 마케팅 담당자를 괴롭히는 것은 ‘손가락 논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손동작’이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는 집게손 모양을 말한다. 이 손 모양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며 조롱하는 의미로 언급되면서 남성 혐오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편의점 GS25는 2021년 홍보 포스터의 손 모양이 ‘남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자동차 업체 르노코리아와 게임 업체 스마일게이트, 무신사, 제너시스비비큐, 교촌치킨 등 여러 기업도 비슷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문제는 해당 손 모양이 전 국민이 아는 모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만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멋모르고 사용했다가 ‘남혐 기업’으로 몰리는 사례가 적잖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엄지와 집게를 오므리는 표현은 그래픽 업계에서도 과거 심심찮게 썼던 표현이다. 손가락을 그린 사람 중에는 남성 디자이너도 있다. 모르고 그렸는데, 남성 혐오자로 몰리니 당황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하면 좋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시간보다, 문제가 안 되려면 어떻게 그려야 할까 검열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손가락 모양 논란을 막으려고 해도 문제다. 최근 서울우유는 그릭요거트(그리스식 요구르트) 제품 홍보를 하면서 ‘여성 혐오’ 논란에 휘말렸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최근 그릭요거트 홍보 캠페인을 하면서 인플루언서들에게 의약적 효능을 언급하지 말고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하지 말라는 내용의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주의사항이었다. 그러나 주의사항에 “요거트 뚜껑을 열거나 패키지를 잡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손동작 사용 주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됐다.

집게손을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 일각에서 ‘여성 혐오’라는 논란을 불러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의 일부 이용자는 “집게손 모양을 하지 말라고 굳이 써놨는데 요거트를 먹을 때 그런 것까지 조심해야 하나” “뚜껑을 열 때 손가락 두 개로 안 집고 어떻게 여나”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서울우유를 불매해야 한다는 게시물도 여러 건 올라왔다. 전날 엑스에서 ‘서울우유’는 트렌딩 토픽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집게손을 그려도 욕먹고, 그리지 말라 해도 욕먹는 상황이다”라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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