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갈 18조원 싹둑... 군의원 출신 국회의원 "거기 사람 있다"

조혜지 2024. 9. 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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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산 불통' 질타한 임미애 민주당 의원 "예산 임의 삭감, 지방에선 삶 직결"

[조혜지, 남소연 기자]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역대급 세수 펑크'라는 말은 2023년 회계연도 결산 이후 유행어처럼 뉴스 지면을 맴돌고 있다. 줄어든 세수 결손 규모만 56조 4000억 원. 문제는 정부가 이 구멍을 메운 방식과 태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 자리에 선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난해 국회와 소통 없이 '임의로' 지방으로 내려보내지 않은 18조 6000억 원(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집중 질타했다. 임 의원은 의성군의원을 거쳐 경북 도의원을 경험한 풀뿌리 출신 국회의원이다.

"지방 의원을 해 본 나도, 지금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완전 아마추어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지적의 초점은 불통에 있었다. 국회의 승인 없이, 추가경정(추경)안 조정도 없이 정부 잣대로 지방교부세를 삭감 통보한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방교부세 문제뿐만 아니라, "쌈짓돈처럼" 집행하는 예비비도 "협의를 한 번 안 한다"는 토로도 덧붙였다.

임 의원은 5일 국회 본청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재정 운영의 기본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와 협력,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에 있었다. 갑작스러운 "예산 죽이기"가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왜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질책이다. 임 의원은 지난해 추석께 지역에서 들은 하소연을 떠올렸다. 몇 달째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 보기 부끄럽다"는 한 경찰의 말이었다.

임 의원은 "정부는 내가 이 결정을 하면, 소방공무원에게 출동 수당이 지급이 안 될 수도 있고 야간 순찰차 다섯 번 돌 걸 한 번밖에 못 돌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문에 밤일 끝내고 돌아오는 청년이나 여성에게 사고가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행위와 사람의 삶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서에 부기로 기록된 몇 명이 아니라, 다 사람"이라는 걸 인식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거기도 사람이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래는 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현 세수 펑크 상황을 "역대 최악"이라고 평했다.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윤석열 정부 들어 국세 감면율(국세 수입 총액 대비 국세 감면 금액 비율)이 계속 법정 한도를 넘기고 있다. 국세 감면액이 2023년 약 69조 8000억 원에서, 2024년에는 71조 원, 2025년도에는 78조 원까지 예상된다. 국세 감면율을 '법정 한도 안에서는 벗어나지 않게 조절하라'는 게 국가재정법 88조다. 지방의회 때 생각해 보면, 이런 건 엄격하게 지켰다. 나중에 다 감사받기 때문이다. 법에 있는 건 가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지키려는 노력이 지방정부에선 있는데, 왜 국가는 국가가 만들어 놓은 법을 스스로 뭉개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정부와 여당 의원의 '문제없다'는 주장에 법인세 과세 대상 계산 방식 변화를 말했다. 뭐가 제일 문제라고 봤나.

"예결위 정책질의 때 (여당 의원이) 법인세 세율을 1% 포인트 낮춘 걸로 24조가 덜 걷히는 게 가능하냐고 하니, 정부 측에선 '그건 아닙니다!'라고 하더라. 법인세가 덜 걷힌 건 국제, 국내 경기가 안 좋아서라는 답변이었다. 누가 들으면 '그래 1% 낮췄는데' 생각할 텐데, 실제로는 법인세 계산방식이 바뀐 거다. 원래 (법인세 계산에서) 해외 자회사 수익(영업외수익)을 뺀 거다(2023년 법 개정). 그렇게 치면 삼성전자는 국내 영업이익으로만 계산했을 때 마이너스가 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정했다. (최 장관은 당시 질의에서 "일부 맞다"고 했다)"

[관련 기사] "역대급 재정적자인데... 삼성전자가 법인세 안 낸 진짜 이유(https://omn.kr/28wyf)

"지방 살림 살아 본 경험 비춰 보면... 너무 그냥 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지난해 지방교부세, 교육재정 교부금이 18조 6000억 원가량 국회 승인 없이 삭감된 사실에 "지방 살림을 살아 본 경험"을 말했다. 어떤 점이 가장 우려됐나.

"작년에 지역 파출소 계신 분한테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추석 무렵이었다. 만나서 하소연을 하시는데, 직원 보기 부끄럽다고. 몇 달째 초과근무 수당을 못 받고 있다고. 그런데 '우리한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소방공무원한테도 확인해 봤는데, 당시 출동 수당도 못 받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조용하더라. 그 후에 11월, 12월쯤 되니 뉴스가 나오더라. 여의도나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은 지나가는 뉴스라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지방에 사는 사람에겐 삶과 직결된 문제다."

- 어떻게 직결되나.

"당장 예산이 그렇게 갑자기 죽으면... 지방교부금은 특별한 사업에 쓰라고 주는 돈이 아니라 지방이 자기 돈처럼 공무원 인건비도 주고, 교육도 하며 쓰라고 주는 돈이다. (임의 삭감을 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중앙 부처 장관들은 알아야 한다. 자신들의 결정과 조치가 지역에 내려왔을 때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그런데 '그냥' 한다."

- 국가재정법에 따라 필요 시 예산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의 반박인데.

"그게 답답한 거다. 정부가 법을 어겼다고 생각한다. 설사 재량권에 의해 허용되는 행위일지라도, 그게 지역과 개별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는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 결정을 하면... '소방공무원에게 출동 수당 지급이 안 될 수도 있고, 야간 순찰차 다섯 번 돌 걸 한 번밖에 못 돌 수도 있고, 그 때문에 밤일 끝내고 돌아오는 청년이나 여성에게 사고가 생길 수 있을지도 몰라' 같은. 자신의 행위와 사람의 삶을 연결하는 걸 공무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방교부세 불용 처리 절차는 어땠나.

"아니, 불용 처리가 말이 되나. (지방교부세를) 불용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다. '불용(不用)'은 돈을 준 다음, 그 사람이 아껴 쓰거나 사업을 부득이 하지 못해 사업비를 반납할 때, '나 이거 못 써' '덜 썼어' 할 때 생기는 게 불용이다. 행안부는 줘야 하는 거다. 국회가 주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순 있다. '어려우니 아껴 써'라고. (영 어려우면) 이미 2023년, 2024년도는 돈이 내려왔으니, 2025년도에 덜 주면 된다. 내국세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재정을 평탄하게 운영하라는 재정 평탄화 원칙이 있는데, 그걸 단번에 끊어 버렸다. 국회 예산심의 의결권을 침해하면서 말이다. 지방교부세법도 위반했다."

- 정부 측은 글로벌 복합 위기를 말하며 세수 결손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기가 나빠서 덜 걷힐 수 있다.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 덜 걷혔을 때 정부가 해야 하는 법에 정해진 역할이 있다. 지금 정부는 그걸 넘어선 것이다. 만일 덜 주고 싶었다면, 차라리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해서 감액 추경을 하든가. '내국세가 못 걷혔으니 집행된 데까지만 하고 이 정도 줄이겠습니다'고 하면 국회가 심사하고 의결하는 거다. 그런데 그걸 안 했다."

- 국회 예산 심의 의결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다.

"국회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법적으로 처벌 규정이 없어 아무 제지를 못 한다 해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이런 일이 다시 안 생긴다."

"국회와 소통 안 하는 정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빚만 늘어나니 최악"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질의 과정 중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완전 아마추어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어떤 점이 가장 답답했나.

"아주 기본적인 것도 절차를 밟지 않고 임의로 하니 그랬다. 국회에 온 지 석 달 됐지만, 놀랄 때가 있다. 지방에선 예비비를 사용할 때 적어도 협의를 한다. 태풍이 왔다 가서 예비비를 써야 한다고 하면, 의회가 동의하고 주문도 한다. 꼼꼼히 이건 줄이고 이건 추가하라고. 그런데 (중앙 정부) 여기는 없다. 예비비가 쌈짓돈도 아닌데 말이 안 된다. 재정 운영의 기본 원칙이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 국회와 협력, 소통을 하지 않는다."

- 국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지방의회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단체장과 소속이 같은 정당의 의원이라고 해도 집행부가 의회 기능을 무시하거나 권한을 침해하려 들면 (정당 구분 없이) 의원들이 뭉치는 경향이 있다. 의회의 위상을 지키는 건 의원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비비를 일방적으로 집행하는데 협의 한 번 안 한다? 그럼 승인을 안 한다. 지금 여당 의원들은, 국민이 뽑은 입법 기관이다. 그 위상을 지키는 건 국회의원 본인에게 달린 거다."

- 지난 7월 농해수위 업무 보고 당시 농림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 과정에서 정부의 직불금 문제 인식을 지적하며 현실과의 괴리를 설명했다. 지방교부세 문제를 비롯해 농업 문제까지, 정부 정책과 지역 현실 간 간극이 얼마나 큰 것 같나.

"괴리라는 말이 다른 괴리가 아니다. 그냥 '거기도 사람이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예산서에 부기로 몇 명 기록되는 게 아니라, 다 사람이다. "

- 전반적으로는 국가 재정 운영 기조의 변화를 말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금과옥조처럼 말하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거다. 국가 재정 운영 기조가 문제다. 가계부채는 굉장히 늘어나고 있고, 국가 부채도 역대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면서 거꾸로 자꾸 국채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빚이 늘어나니까 최악인 것이다. 지금은 국가가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할 시기다."

- 역대급 세수 펑크 상황과 이에 맞물린 지방교부세 임의 삭감 논란을 겪고 있는 정부다. 무엇을 당부하고 싶나.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그 행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무언가를 대비할 수 있다. 그래야 행정에 신뢰감도 줄 수 있다. 신뢰감도 없고, 예측도 안 되면 어떤 걸 해도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 신뢰감 있는 행정과 국정 운영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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