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치기’로 수익 보장…1200억 가로챈 여성 2인조 [경제범죄24時]

유병돈 2024. 9.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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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치기.

김씨는 미국 달러 환치기를 통해 보름이면 10~15%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박씨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것과 달리 환치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이들이 챙긴 수익금만 1200억원 가운데 5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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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집안 행세하며 9개월간 범행
돌려막기로 피해자들 신고까지 차단

환치기. 많이 들어봤지만, 생소한 단어다.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예컨대 한국과 미국에 계좌를 만든 뒤, 한국에서 원화로 송금하고 미국에서 달러로 인출하는 방법이다.

환치기를 이용하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고, 송금의 목적을 알릴 필요도 없는 데다가 정상적으로 환전할 경우 지불하는 환수수료도 물지 않는다. 한 사람이 돈을 입금하면, 중개인이 상대국의 화폐로 출금한 뒤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찾은 돈을 건네주는 형식을 취한다.

박인자씨(52·가명)도 지난해 3월 이런 환치기 수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알고 지내던 김모씨(45·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으면서다. 김씨는 미국 달러 환치기를 통해 보름이면 10~15%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박씨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부동산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종종 재력을 과시하곤 했다. 김씨의 말에 현혹된 박씨는 5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처음 약속과 달리 김씨는 수익금을 제때 입금하지 않았다. 박씨가 수익금을 언제 정산받을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외국환거래법 등을 운운하며 대답을 피하기 일쑤였다. 불안하긴 했지만, 자신보다 먼저 투자금을 건넨 다른 지인들은 수익금을 정산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박씨는 김씨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수익금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면서 결국 박씨는 김씨를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을 접수한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곧장 김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씨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고소장들이 잇따른 가운데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공범 양모씨(53·여)의 존재까지 포착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 수만 120명, 연령대도 4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15억원까지 김씨에게 투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 피해금액은 무려 1200억원. 단 9개월 만에 부산에서 크게 한탕을 벌인 김씨와 양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췄다.

두 사람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통신기록 추적 등을 통해 지난해 8월17일 김씨를, 10월4일에 양씨를 잇따라 체포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것과 달리 환치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이들이 챙긴 수익금만 1200억원 가운데 500억원에 달했다.

나란히 구속된 김씨와 양씨는 1심에서 징역 18년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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