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올림픽, 남편은 패럴림픽… 우드홀 부부 동반 금메달
아내는 올림픽, 남편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헌터 우드홀(25)과 타라 데이비스 우드홀(25)이 파리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헌터 우드홀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남자 400m(스포츠등급 T62) 결선에서 46초36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따냈다. 100m에서 6위에 올랐고,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우드홀은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금빛 질주를 펼쳤다.
경기를 마친 우드홀은 관중석으로 향했다. 자신을 응원한 동갑내기 아내인 타라 데이비스에게로 였다. 둘은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데이비스는 지난달 31일 열린 로마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멀리뛰기 경기에서 우승한 뒤 파리로 왔다.
타라는 지난달 9일 파리 올림픽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7m10을 뛰어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엔 헌터가 관중석에서 응원을 했고, 경기 뒤 끌어안고 함께 환호했다. 데이비스는 "남편이 정말 잘생겼더라. 정신을 잃을 뻔했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우드홀은 "꿈 같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며 "타라는 자기 긍정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아내가 일기에 '나는 패럴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다'라고 적었다. 나도 오늘 '패럴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다'라고 썼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헌터가 달릴 준비가 되어 있고 얼마나 이기고 싶은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긴장했고, 정말 흥분했다. 우리는 평생 이 금메달을 걸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헌터는 1999년 종아리뼈 일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결국 생후 11개월 때 양 다리를 절단했다. 11세까지 홈스쿨링을 하던 그는 미국 유타주 시러큐스의 공립학교에 입학한 뒤 본격적으로 의족을 차고서 달리기를 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긴 했지만, 계속해서 달렸다.
2017년, 헌터는 전미 고교육상선수권에서 타라를 만났다. 그는 남편을 처음 본 순간을 "잘생긴 남자가 열심히 뛰고 있었다. 그냥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둘은 장거리 연애를 이어갔다. 둘은 나란히 미국 국가대표가 됐고,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결혼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부부는 나란히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헌터는 팔로워 76만명이 넘는 SNS 스타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들은 내가 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신에 달리는 걸 배웠다"고 메시지를 썼다. 헌터는 금메달을 따낸 뒤 "나를 응원해주신 모든 사람에게 쇼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패럴림픽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패럴림픽이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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