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에 걸자마자 완판…도자기 인형, 삶과 죽음의 경계 말하다 [더 하이엔드]

윤경희 2024. 9.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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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다 ⑥ 최지원 작가

「 지난 2022년부터 9월은 ‘예술의 달’이 되었습니다. 국내 대표 아트 페어 키아프와 세계적으로 가장 ‘힙’하다는 아트 페어 프리즈가 함께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막이 열리는 4일부터 서울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관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겠죠. 한국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도 증폭됩니다.
더 하이엔드가 올해도 ‘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다’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키아프 하이라이트 작가들 중 주목할만한 이들을 선정, 묵묵히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들을 다시 한번 조명합니다.

반들반들한 얼굴의 도자기 인형이 짙은 핑크빛 옷을 입고 어딘가를 응시하며 서 있다. 오래된 괘종시계와 뻐꾸기시계 역시 강렬한 색감의 벽을 무대 삼아 자태를 뽐낸다. 최지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최지원 작가와 그의 작품 '멈춰버린 순간(2023 Oil on canvas 162.1 x 227.3 cm)'. [사진 디스 위켄드 룸]


최 작가는 차이나 돌(China Doll), 포슬린 돌이라고도 불리는 도자기 인형과 오래된 낡은 시계를 즐겨 그린다. 이들은 모두 최 작가의 기억이나 추억으로 남은 이미지들이다. “과거의 것,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존재를 그린다”는 그의 작업은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는 동시에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 매력적이다. 작업에 대한 매력은 인기로도 이어져,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 젊은 갤러리 디스위켄드룸을 통해 선보인 그의 작품 5점은 그림을 걸기 무섭게 모두 팔려 나갔다.

Q : 어떤 작업을 하나.
“내 작업에 관해 설명할 때 사실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고민이 많다. 2020년 첫 개인전을 연 뒤 작품을 선보인 지 이제 5년이 됐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그려내는 대상들은 돌이켜 보면 모두 100년이 넘는 역사나 세월을 간직한 존재나 물건들이다. 너무 오래돼서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들을 작업으로 가져와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이게 바로 내 작업방식이다.”

최지원, A Nocturnal Village, 2024, oil on canvas, 112.1 x 162cm [사진 디스 위켄드 룸]
최지원, 평온함을 향하여 2024, oil on canvas, 227.3 x 181cm [사진 디스 위켄드 룸]


그의 작업은 역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표정 없는 도자기 인형, 동물 모양 나무 조각,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뻐꾸기시계, 박제된 곤충…. 건조한 이 존재들은 최 작가의 캔버스에서 화려한 색감과 서사를 통해 다시금 생명을 얻는다. 통념상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서 생명이 느껴지게 하려는 역설적 접근법이다. 형식 또한 그렇다. 그는 150호 내외의 큰 크기의 작업을 상당히 선호하는데, 그 이유 또한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도자기 인형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Q : 커다란 도자기 인형 그림이 인상적이다.
“도자기 인형은 우리가 어린 시절 가지고 노는 작은 장난감으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나는 이 존재를 더 크게 그림으로써 작은 인형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존재, 즉 사람 같은 존재로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에 생명력을 더 불어 넣어주는 다른 장치들을 함께 배치해 신비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도록 작업한다.”

Q : 도자기 인형과 시계는 당신의 뮤즈처럼 느껴진다. 이들을 주로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
“도자기 인형의 경우는 어느 나라, 시대로 국한되지 않는 여러 시대와 문화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는 존재다. 자료를 수집할 때도 이베이 등 자료 조사를 통해 빈티지 인형의 이미지들을 가지고 와서 내 방식으로 콜라주를 한 뒤, 이를 다시 대형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동물 조각과 시계는 과거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본 기억 속 존재들이다. 과거의 것을 이 시대의 시각으로 그려냈을 때 어떤 의미가 나올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작업한다. 또 그 과정에서 이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데 그것이 상당히 재미있다. 마치 나에게 말 거는 것 같고, 어떤 감정을 담은 눈빛을 보내는 것 같달까.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이들을 붙들고 작업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던 것 같다.”

최지원, 블루문 Blue Moon, 2023, oil on canvas, 193.9 x 130cm [사진 디스 위켄드 룸]

Q :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는 메시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포착하고, 그것을 화면으로 불러일으키는 것.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사람인 줄 알았다’ ‘인형 아냐’ 등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내 그림 자체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떤 경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런 메시지를 먼저 만들고 그림을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작업할 때 손이 먼저 움직이는 편이라, 직관적인 감정이나 그리고 싶은 것을 막 쏟아내듯 그림을 그린다. 그 뒤에 ‘왜 이런 작업을 했을까’ 돌이켜보며 의미를 찾아간다.”

Q :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성실한 작가. 전업 작가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할 때 성실함은 필연이었다. 굉장히 성실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 작가 최지원은...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020년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 지원을 받았고, 2022년엔 퍼블릭 아트의 ‘뉴히어로’로 선정됐다.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올해 박서보 재단이 주최한 전시 ‘멈춰버린 순간’을 비롯해 디스위켄드룸의 ‘채집된 방(2023)’ 등 다수의 개인전·단체전과 독일·중국 등 해외 전시를 개최했다. 박서보 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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