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이 공들인 성수동…무신사 '빨간 가방'이 뛰어들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성수동의 한 대형 건물 앞에 빨간 구디백(선물 가방)을 맨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 성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모여든 고객들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입장권 정가는 1만5000원이지만 얼리버드 티켓은 30% 할인된 1만500원에 판매했다”며 “예매 시작 1분 만에 얼리버드 티켓이 매진되는 등 입장권 6000장이 일찌감치 동날 정도로 인기였다”고 설명했다. 입장 고객들에게는 40만원 상당의 화장품이 선물로 제공됐다.
무신사 뷰티, 첫 오프라인 행사
이날 개막한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 성수는 무신사 뷰티가 처음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부터 서울숲으로 이어지는 거리에 기초·색조·바디 제품을 전시한 토탈존, 색조·향수 브랜드가 주로 입점한 포인트존, 남성 화장품 브랜드가 모인 맨즈존 등 3개의 메인 팝업 공간을 설치했다. 내부는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 뷰티에 입점한 1700여개 뷰티 브랜드 중 41개 주요 인디 브랜드가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8일까지 성수동 일대 뷰티 브랜드 매장 11곳과 식당·카페 22곳에서는 뷰티 페스타 입장 고객에게 견본품을 증정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행사 참여 업체의 약 80%가 중소 K뷰티 브랜드”라며 “온라인 유통 브랜드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의미가 크다.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경험한 고객이 온라인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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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과 갈등 촉발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가 뷰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화장품 유통채널 1위 CJ올리브영과 무신사 뷰티의 경쟁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CJ올리브영과 무신사는 K뷰티와 K패션의 중소 인디브랜드를 육성하는 대표적인 인큐베이터로 꼽힌다.
2020년 뷰티 서비스를 시작한 무신사는 이듬해 무신사 뷰티를 앱 내 별도 카테고리로 개설하는 등 온라인 중심 화장품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충성 고객들이 뷰티 상품까지 구매하며 관련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뷰티 카테고리 제품을 늘리면서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아지는 부수 효과도 누렸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무신사 뷰티의 누적 거래액은 전년 대비 94% 증가했고, 지난달 월간 거래액은 전년 8월 대비 150% 늘었다.
이번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 성수를 계기로 CJ올리브영과 무신사의 신경전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CJ올리브영 관계자가 자사 입점 업체에 연락해 무신사 뷰티 페스타 불참을 종용했다는 신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번 뷰티 페스타를 준비 과정에서 초기 입점 업체의 약 10% 가량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참여를 취소해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CJ올리브영에 대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영업 방해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는 중이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수에서 K뷰티 주도권 대결
성수동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이들 두 업체의 마찰을 격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서울 성수동은 무신사의 대표적인 오프라인 거점이자, CJ올리브영이 새롭게 공들이고 있는 주요 상권이다. 무신사는 성수동에 무신사 스튜디오·스탠다드·테라스 등 다수 매장을 만들었다. 2년 전에는 신사동에 있던 본사를 성수동으로 옮겨와 무신사 성수타운 구축에 힘을 실었다. 무신사 뷰티의 첫번째 오프라인 행사 장소를 성수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CJ올리브영도 성수동 일대에 총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기존 매장보다 최대 6배 큰 ‘타운 매장’도 연내 추가로 개점 예정이다. CJ올리브영은 성수 상권 강화 차원에서 역명 병기 사업권도 따냈다. 다음 달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명이 ‘성수(올리브영)’으로 바뀌는 것. 역 이름은 3년간 유지되며 낙찰 금액은 10억원이다. 해당 입찰에는 무신사도 참여했지만 CJ올리브영이 사업권을 따는 데 성공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제조·판매사로서는 유통 채널이 다양화돼 시장이 커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면서도 “양사 간 대립으로 입점업체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된다면 K뷰티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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