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자연사산일 리 없다"…증명서 조작? 병원장 곧 소환

이찬규 2024. 9.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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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브이로그 논란. 사진 인스타그램


‘임신 36주 낙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산(死産) 증명서가 거짓으로 작성됐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며 살인 혐의 입증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진행한 집도의인 병원장에 대한 조사도 이르면 다음 주 중 진행된다.


전문의들 “자연 사산·인공임신중절 병기 못 해”


병원장 B씨가 사산 종류에 ‘자연사산’과 ‘인공임신중절’을 병기하고 원인엔 ‘불명’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경찰은 사산증명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사진 법제처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대장 김기헌)는 해당 영상을 올린 20대 여성 A씨의 인공임신수술이 이뤄진 B산부인과의 병원장 C씨를 살인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태아의 사산 증명서를 확보했는데, 해당 사산 증명서에는 사산 종류에 대해서 ‘자연 사산’과 ‘인공임신중절’을 병기하면서 원인에는 ‘불명’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15년 제작한 진단서 작성·교부 지침에선 임신 4개월 이상의 태아 사망을 뜻하는 사산은 자연 사산과 인공임신중절로 나뉜다. 자연 사산은 인공적인 조치 없이, 인공임신중절은 사산을 목적으로 한 인공적인 조치가 이뤄져 사산된 경우를 각각 뜻한다. 여러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사산증명서에 자연 사산과 인공임신중절을 병기할 수 없다고 짚었다.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회장은 “자연 사산과 인공임신중절을 병기해 사산 증명서를 써본 적도, 그렇게 했다고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소속 한 의사는 “강간 임신 등 특수한 사유일 때만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다. 인위적인 조치가 없는 자연 사산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산부인과 전문의)은 “(36주 낙태 의혹) 유튜브 영상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자연 사산일 리 없다”며 “살인죄를 면하기 위해 거짓으로 사산 증명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산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죄를 혐의로 적용할 수 있다. 허위진단서 작성죄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금고형,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벌금형만 받더라도 의료법상 3개월 이상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증거인멸 정황까지…경찰, 혐의 입증 집중


낙태 브이로그 논란. 사진 유튜브 캡처

경찰이 사산 증명서가 허위로 작성된 점을 확인한다면 C씨의 주장 신빙성을 깰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C씨는 한 언론에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 상태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태아의 모친 A씨는 경찰에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았음을 인정한 상황이다.

다만 사산증명서 허위 작성이 살인 혐의 입증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인데, 판례상 태아의 경우엔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C씨가 출산 후 태아를 살해했다는 물증·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게 수사 관건이다.

김주원 기자


이에 경찰이 증거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 6월 25일 인공임신수술이 이뤄지고 18일 뒤인 7월 13일에 태아의 시신이 화장(火葬)된 것으로 파악했다. 산부인과 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수술 1주일 내 사산아 시신에 대한 장례 절차가 이뤄진다고 한다. 7월 12일 보건복지부 측 관계자의 수사 의뢰 진정이 경찰에 접수되는 등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산부인과 측이 서둘러 증거를 인멸하려 했단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경찰은 지난주 살인방조 등 혐의로 수술에 참여한 마취의와 의료 보조인 등 4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다. 조만간 집도의인 B씨를 불러 그간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혐의를 추궁하겠단 계획이다. 증거물과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의협 의료감정원 등에서 이뤄지는 의료감정도 진행하지만,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복수의 경찰 관계자 설명이다. 한국의료법학회장 출신 신현호 변호사는 “의료감정 단계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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