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나는 자연인이다'…"위험한데 재밌다" 괴짜 영화 스타
마이클 키튼이 키튼이 아니었다. 그의 성(姓) 얘기다. 그의 본명은 마이클 더글러스. 이름이 겹치는 터라, 전화번호를 펼쳐보고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이름을 택했다고 한다. 그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와 LA타임스에 밝힌 내용이다. 그는 "이젠 성을 되찾고 싶다"며 "마이클 키튼 더글라스라는 이름을 사용할 것"이라 말했다. 73세의 나이에 본명 커밍아웃을 한 셈.
그가 화제 몰이 중인 건 단순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팀 버튼 감독과 함께 한 '비틀쥬스 비틀쥬스' 영화의 개봉도 있지만, 70대에 접어든 이 배우 특유의 삶에 대한 태도가 화제몰이의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부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각 5일 마이클 키튼 더글러스와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그에 대해 "스마트하지만 위험하고 재미있는데 이상하다"(NYT)거나 "짐 캐리의 코믹 캐릭터와 잭 니컬슨의 카리스마를 섞으면 마이클 키튼 더글라스"(FT)라고 표현했다.
두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키튼 더글러스의 독특함이 잘 발현되는 곳은 그가 사는 집이다. 그는 여느 할리우드 스타들과는 달리,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몬태나 주 빅 팀버라는 지역의 목장에 산다. 일종의 미국판 '나는 자연인이다'에 가까운 삶인 셈이다. 1980년대 초, 그가 코미디언으로 커리어를 막 쌓아가기 시작했을 때 샀던 이 작은 집에 지금도 대부분의 생활을 영위한다고 FT와 NYT는 전했다. 남들의 기준이나 사회의 성공 기준이 아닌, 그 자신만의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 셈이다.
80년대에 아들이 태어났을 때도, 집에서 육아를 택했다. 그는 NYT에 "한창 이름을 알려야 했던 때였고,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해 돈도 벌어야 했던 때였다"라면서도 "그런데 아들이 태어나고 보니, 아버지인 게 그냥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할리우드의 괴짜 감독으로 통하는 팀 버튼과 우정이 각별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버튼 감독은 88년에 내놓은 '비틀쥬스'에 이어 이번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에도 키튼 더글러스를 캐스팅했다. 유령을 볼 수 있는 영매의 가족을 두고 벌어지는 괴상하고 독특하지만 재미있는 코미디다. 버튼 감독이 90년에 내놓은 '배트맨'에도 키튼 더글러스를 캐스팅했을 당시엔 논란도 많았다. 키튼 더글러스는 "당시 나는 코미디 전문 배우였는데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엔 맞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가 뜨거웠다"며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이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버튼 감독은 "마이클의 눈빛엔 뭔가 복잡미묘한 감성이 있었고, 복잡한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배트맨에 딱 맞았다"고 말했다.
키튼 더글러스는 FT에 "사람들은 남에 대해 쉽게 '난 저 사람에 대해 다 알아'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라며 "모두가 모든 것에 대해 안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다 모르는 셈이라는 것. 남들의 기준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70대에도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가 전하는 지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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