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인요한 의원님께
안녕하세요. 인요한 의원님, 의정 활동에 노고가 많으시지요. 의사로 봉직하시다가 국회의원이 되시니 소감이 어떠신지요. 의원님께서 상대하는 대상이 환자에서 국민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더 큰 책임과 의무를 절감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는 지난해 말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활약하시면서 당내 중진들을 향해 ‘기득권을 버리고 나라부터 생각하면 좋겠다’고 당부하셨지요. 그 말씀대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힘쓰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3일엔 ‘구급차 내 충분한 응급처치 공간 확보를 위한 입법 설명회’를 개최하셨지요. 그동안 12인승 승합차 기반 구급차는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없어 구급대원들이 환자의 기도 확보와 심폐 소생 등 응급처치를 하기에 어려움이 따랐다는 설명도 잘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구급차’ 하면 의원님이 시초가 아닙니까. 이른바 한국형 구급차를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으며 보급하셨지요. 그 배경엔 부친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1984년 4월 10일이었습니다. 아버님 휴린튼(인휴) 선교사님은 당시 교회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싣고 이동하시다 만취한 기사가 운전하던 관광버스에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구급차가 없던 시절. 선교사님은 차량 뒷좌석에 실려 이송되던 중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통탄스럽고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선교사님 연세는 불과 쉰여덟이셨지요. 한국서 태어나시고 6·25전쟁에도 참전하시고 수백 개의 교회를 세우고 결핵환자를 돌보시던 그분이 허망하게 떠나시다니요.
큰 슬픔과 아픔을 겪으셨음에도 의원님은 원수 같은 한국 땅에 원망과 보복 대신 한국형 구급차를 보급해 선으로 악을 이기셨습니다. 의원님께서는 미국 구급차를 모델로 해서 한국형 구급차를 만드셨지요. 그렇게 태어난 구급차를 전국에 5000대 이상 보급하셨습니다.
의원님, 이렇게 아버님 얘기를 꺼내는 것은 현재 의·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고스란히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응급실이 처한 상황은 문자 그대로 ‘ER’(응급실)입니다. 의원님은 그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뒤늦게 보도됐지만 지난주 국민의힘 최고위 회의 전 비공개회의에서 의원님이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구급차 타다가 사람이 죽기 시작할 것이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결국은 이거 큰일이다. 지금 상황이 매우 안 좋다. 계속 ‘이제 늑대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마치 인휴 선교사님이 돌아가신 그때를 방불케 합니다. 응급실 대란에 죽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그 생명이 누구입니까.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놀라운 존재들 아닙니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힙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협상해야 할 정부가 의사 2000명 정원을 못 박은 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정부의 적이 아닙니다. 그들도 국민입니다.
의원님, 신앙의 눈으로 보자면 정부의 이 같은 행위는 국가적 죄악에 해당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공복이 어떻게 자국민을 위험과 죽음에 내몰고 있단 말입니까. 대통령은 툭하면 격노한다고 하지만 국민은 매일 격분하고 있습니다.
의원님, 또다시 아버님 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현재 당 내부에서 그 역할을 감당하고 계신 줄 압니다. 더 힘써 주시고 대통령을 설득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이 정부를 향해 즉각적이고 확실한 중재에 나서도록 그 성직(聖職)을 다해주십시오.
의원님, 어쩌면 BC 5세기 유대 민족이 집단학살에 직면했을 때 ‘죽으면 죽으리라’ 하며 페르시아제국 군주 크세르크세스 1세(아하수에로) 앞에 나아갔던 왕후 에스더 같은 역할을 하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때를 위해’ 말입니다(에스더 4:13~16).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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