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서점 영수증 버리지 마세요!

2024. 9. 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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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파는 모든 음료를 시음만 하거나, 제과점에 진열된 모든 케이크나 빵을 맛만 보고 나올 수는 없다.

'사적인서점'이 독자에게 건넨 기다란 영수증을 잠시 살핀다.

'사적인서점'에 가거든 꼭 영수증을 달라고 하자.

영수증으로 가장 유명한 서점은 대전의 '다다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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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 (출판평론가)


카페에서 파는 모든 음료를 시음만 하거나, 제과점에 진열된 모든 케이크나 빵을 맛만 보고 나올 수는 없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즐기려면 먼저 구매를 해야 한다. 반면 서점은 다르다. 구매하지 않아도 얼마든 서점을 즐길 수 있다. 동네책방이 큐레이션 한 서가를 둘러보는 것도, 진열된 책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잠시 읽는 것도 자유다. 서점은 모두에게 개방된 문화 공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책 저책 본 다음 사진만 찍고 나가는 고객이 많다. 서점을 향유했다면 책 한 권을 사는 건 독자의 즐거운 의무에 해당한다. 게다가 서점에서 책을 사면 뜻하지 않은 즐거운 경험까지 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책방을 방문했을 때 나는 책을 사며 서점 주인에게 이것저것 묻는 편이다. 예컨대 밥때가 됐다면 스마트폰을 뒤지는 대신 근처에 갈 만한 식당이 있는지 묻는다. 서점 인근의 괜찮은 로컬식당을 소개받을 수 있다. 혹은 근처에 가볼 만한 카페나 볼거리가 있는지도 묻는다. 이렇게 찾아간 곳들은 대개 만족스러웠다.

파주의 ‘사적인서점’은 독자의 이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특별한 서비스를 준비했다. ‘사적인서점’은 파주 출판도시 안에 있다. 건물 1층과 2층에 위고와 유유 출판사가 있다. 출판사에 볼일이 있는 게 아닌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독자라면 서점 말고 놀거리가 필요하다. 서점을 찾았다면 우선 중정과 마주한 커다란 창가에 앉아 잠시 고요를 만끽한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산다. ‘사적인서점’이 독자에게 건넨 기다란 영수증을 잠시 살핀다. 영수증에는 근처에 걸어서 혹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파주 맛집 리스트가 빼곡히 담겨 있다. 이뿐이 아니다. 가까운 카페는 물론이고 뮤지엄과 음악감상실, 영화관, 둘레길, 수목원까지 한줄 평과 더불어 친절하게 소개한다. ‘사적인서점’에 가거든 꼭 영수증을 달라고 하자. 아, 물론 그전에 책을 한 권 사야 한다.

영수증으로 가장 유명한 서점은 대전의 ‘다다르다’이다.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과 가깝다. 대전은 대학이 많은 데다 여행자까지 모여들어 서점은 늘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다다르다’의 1층에서 커피와 음료를, 2층에서는 책을 만날 수 있다. ‘다다르다’의 김준태 대표는 책보다 커피와 음료의 판매 비율이 월등이 높자 어떻게 하면 책의 판매를 더 높일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영수증에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적어 독자에게 전달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자 2017년부터 서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한 ‘영수증 서점일기’를 발행하고 있다. 서점원이 독자에게 건네는 글과 서점원이 고른 책 속 문장이 들어간 영수증을 받아들면 마치 편지를 받은 것만 같다. 올여름 내가 받은 영수증에는 ‘다다르다’가 사랑하는 대전 대흥동의 뮤직펍 ‘욜라탱고’가 선물한 서점과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 글을 쓰며 음악 리스트 중 하나인 마나미 가쿠도의 ‘January 4’를 골라 듣고 있다. 다음에 ‘다다르다’에 가면 영수증에 어떤 이야기가 적혀 있을까 기대된다. 아, 물론 그전에 책을 한 권 사야 한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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