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앞두고 고향 품에 안긴 ‘파독 광부와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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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 파독의 역사와 손잡다.'
전북특별자치도 대표단이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독일에 사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 고향의 정을 전하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를 비롯한 전북대표단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120여명을 초청해 성당 야외광장에서 이들의 희생과 노고에 감사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대한민국의 빈곤을 구한 '개척자'들인 파독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예우하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들과의 우호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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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노고 잊지않겠다” 큰절에 120여 주인공 눈가 촉촉
‘전북특별자치도, 파독의 역사와 손잡다.’
서예가 윤점용(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문위원)씨가 큰 붓으로 이 같은 글귀를 써 내려가자 백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와’하며 작은 탄성을 질렀다. 명창 차복순(전북특별자치도 도립국악원)씨가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을 신명나게 부르자 주인공들이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차씨가 아리랑을 부를 때는 많은 사람이 나와 함께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대표단이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독일에 사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 고향의 정을 전하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외곽에 위치한 베를린 한인 성당.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를 비롯한 전북대표단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120여명을 초청해 성당 야외광장에서 이들의 희생과 노고에 감사하는 행사를 가졌다.
초대 손님들은 1963년부터 1977년까지 독일 탄광과 병원에 파견돼 일한 근로자들. 전북 출신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당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대장정을 떠나온 사람들로 이제는 어느덧 70∼80대 노인이 되었다.
남색 두루마기를 입고 인사한 김 지사는 “제가 태어난 1960~70년대 우리 대한민국은 가난한 나라였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가족을 위해 희생했고, 그 희생이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춧돌이 되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조국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K팝을 비롯한 한국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나간 것은 바로 여러분의 땀과 눈물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영기 베를린한인회장은 “김 지사와 일행 분들이 먼 베를린까지 날아와 간담회를 열어주시니 그간 외롭고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답례했다.
교민 채수웅(전북 군산 출신)씨는 “스물다섯 살이었던 1971년 어려운 가정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신문광고를 보고 무작정 독일에 왔다”면서 “언어 장벽과 하루 8시간씩 이어지던 지하 탄 캐기 작업으로 정말 고생했다”며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전주 출신 김광숙씨는 “1970년 스물네 살에 간호사로 파견돼 청춘을 이곳 베를린에 묻었다”면서 “그 시절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니 가족과 조국에 도움이 되었다는 자긍심을 갖고 서로 힘을 모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북자치도가 준비한 ‘판소리 공연’과 ‘서예 퍼포먼스’, 전북국제협력진흥원이 마련한 ‘한지 공예체험’ 등이 이어졌다. 재독 한인회는 고북가락 공연을 펼치며 화답했다.
오랜만에 만난 파독 역사의 주인공들은 불고기와 잡채 등 한식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웃음소리만큼 9월의 하늘도 밝고 높아만 갔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대한민국의 빈곤을 구한 ‘개척자’들인 파독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예우하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들과의 우호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북자치도와 도의회는 파독 근로자의 희생과 노고를 기념하고 공로에 상응하는 지원을 담은 ‘전북특별자치도 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베를린=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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