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충격의 '손흥민 현금화' 만지작…리버풀 살라 재계약 논의와 왜 다를까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모하메드 살라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나겠다는 폭탄 발언을 던진 뒤 구단이 부랴부랴 2년 재계약 협상에 나선 가운데 손흥민의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둘은 프리미어리그 현역 공격수 중 쌍벽을 다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나이도 같고 소속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살라가 재계약을 하고 나면 토트넘도 팬들로부터 손흥민 재계약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리버풀이 살라와 재계약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영국 매체 '토크 스포츠' 소속 언론인 알렉스 크룩은 5일(한국시간) "리버풀은 가까운 미래에 재계약을 두고 모하메드 살라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룩은 이어 "리버풀은 살라의 계약 상황에 대해 여유가 있으며, 곧 수뇌부들과의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살라도 현재 계약을 마무리하고 그 이상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서로 탐색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는 얘기다.
살라가 지난 몇 년간 리버풀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걸 생각하면 리버풀이 그를 쉽게 내치기 어렵다. 살라가 떠난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리버풀이 재계약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리버풀 팬들이 그의 롱런을 원한다.
재계약 논의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살라는 지난 2일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3-0 대승을 이끈 뒤 평소 신중한 자세와 다르게 작심 발언을 하고 나섰다.
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 시즌은 내가 리버풀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라며 "그래서 그저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생각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후련하게 축구를 하다 내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살라는 또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이번 경기가 내 마지막 올드 트래퍼드 원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내게 재계약과 관련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올해가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시즌이 끝난 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신중했던 살라의 모습과 다른 깜짝 발언이었다. 살라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많은 추측성 보도가 나왔을 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 뒤 공개적으로 리버풀을 압박하고 나섰다.
사실 살라는 리버풀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갈 것이라는 이적설에 계속 휩싸이고 있다. 살라가 이집트 출신으로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누구보다 그의 존재를 환영하기 때문이다. 살라 역시 말년에 큰 돈을 마지막으로 벌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중동의 빅클럽으로 가는 것이다. 리버풀 역시 살라를 이적료 받고 팔 수 있는 길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통해 열린 셈이었다.
하지만 이적료를 받고 팔 수 있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 살라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시즌을 맞았다. 살라는 일단 자신의 의사를 몸으로 표현했으니 이제 리버풀이 화답해야 하는 것은 맞다.
살라는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도 거취 문제를 두고 한 차례 흔들린 적이 있었다.
살라를 원하는 건 유럽에서 뛰는 슈퍼스타들을 모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리그다. 사우디에서 살라에게 막대한 연봉을 제안하면 살라도 이를 거절하기 힘들 거라는 예상이었다. 구체적인 팀까지 나왔다. 알 이티하드가 살라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이티하드는 손흥민에게도 러브콜을 보냈다.
살라는 리버풀과의 의리를 지켰다. 여전히 본인이 리버풀의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2024-2025시즌에도 리버풀에 남았다. 자신을 리버풀로 데려온 위르겐 클롭 감독이 떠나고 새롭게 부임한 아르네 슬롯 감독 아래에서도 살라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구단이 자신의 미래 논의에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자 이번 발언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구단에서 살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리버풀 팬들은 당황했고, 또 분노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살라가 팀에 기여했던 것들이 상당하고, 그가 아직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에서 더 활약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살라가 아직 구단과 재계약을 두고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리버풀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론을 파악한 리버풀은 빠르게 움직였다. 크룩의 보도처럼 리버풀은 살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기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구단과 살라의 관계가 틀어진 건 아니었다. 살라도 리버풀과 재계약을 맺는 데 열려 있었다.
관건은 살라의 연봉이다. 그는 300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이다. 리버풀이 그간 재계약을 주저했던 이유는 앞으로 살라의 가치가 300억원 짜리는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도 최근 살라 거취를 거론하면서 "답은 간단하다. 살라의 연봉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리버풀은 아마도 살라가 연봉을 다소 낮춰 재계약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징 커브'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살라가 돈에 큰 관심이 없고 리버풀 구단의 성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리버풀 관련 소식을 다루는 리버풀 지역지 '리버풀 에코'는 "살라는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는 리버풀과 재계약을 맺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했다.
유럽축구 전문가 인디카일라는 리버풀이 살라에게 2년 계약을 제시했으며, 새롭게 제안한 주급은 30만 파운드(약 5억 2800만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살라의 계약 조건과 관련되어 흘러나온 정보는 많지 않다.
재계약과 관련된 살라의 태도는 다른 선수들이 보고 적용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특히 팀에서 대체하기 힘든 에이스라면 더욱 그렇다. 악용하는 건 아니지만, 구단에 압박을 주는 발언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한다.
살라와 동갑인 손흥민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 역시 내년 6월에 계약이 끝나기 떼문이다. 다른 점은 토트넘은 손흥민을 1년 더 쓸 수 있다는 연장 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6월까지는 손흥민을 활용할 수 있고, 그렇다면 내년 여름에 이적료를 받고 다른 팀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하지만 정확히 발표된 것은 아직 없다.
영국 언론이 지난 여름 토트넘의 손흥민과 2025년 6월까지로 된 계약을 1년 연장했다고 주장한 배경엔 '손흥민 현금화'가 깔려 있다. 돈에 민감한 토트넘 CEO 다니엘 레비가 손흥민에게 거액을 주고 구단 레전드로 남기는 것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결별하는 것을 택할 것이란 주장이다. 영국 언론은 토트넘이 손흥민을 적절한 순간에 중동 혹은 다른 구단으로 처분할 것이라는 견해를 우세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난 시즌 17골 10도움으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기량 유지하고 있음을 알렸고, 이번 시즌에도 부침은 있지만 에버턴전에서 이미 두 골을 뽑아내며 토트넘 공격의 에이스임을 재확인했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쏟아낸 상황이다. 그는 지난 6월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을 마친 뒤 "이 팀에 뭔가 하나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토트넘이 거론될 때마다 나오는 '무관' 수모를 자신의 시대에 깨고 싶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당연히 재계약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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