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장점은 ‘팬덤’ 없는 것인데…[신율의 정치 읽기]
경제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앞으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서 파생되는 의료 대란이다. 의료 대란 관련 국민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8월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기름을 붓는 발언을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의료 현장에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한 기자의 지적에 대해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하는 것 같다.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발언이 민심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일반 국민의 현실 인식 사이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은 아프면 병원에 달려간다. 중증 질환에 걸리면 의지할 곳이라고는 대형 병원밖에 없다. 때문에 국민보다 대통령이 의료 현실을 잘 알 수는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한번 가봐라”라고 했으니, 국민은 기가 막힐 수밖에.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곳은 응급실만이 아니다. 암 병동을 비롯해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방문해야 하는 대형 병원 병동까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의료 분야 상당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양한 측면에서 폭넓게 모든 사안을 파악해야 한다. 당연히 ‘수치’가 비관적이지 않다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수치보다는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에 더 비중을 두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실 내부에 ‘레드팀’을 만들 필요도 있다. 이래야만 국민의 실제적인 삶과 동떨어진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대통령실 내부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다른 목소리 듣기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주위에 ‘예스맨’만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다가는 지지율 관리가 더욱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지지율 관련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정치 과정에서 감정에 휩쓸려 일을 처리한다는 인상을 주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거나 기존 문제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 대란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026년 의대 입학 정원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불안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여론 최첨병에 있는 여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명분은 추석 민생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추석 민생을 챙기려면, 일단 추석 민심이 어떤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정당 관계자부터 만나야 한다. 그럼에도 만찬을 연기하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그다음에는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추론을 자꾸 현실에서 증명해주는 행동을 대통령이 계속하고 있다. 이견을 제시하는 것이나 여론의 가감 없는 전달을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정치 행위에 자꾸 감정의 흔적이 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것 역시 좋지 않다. 그런데 그런 흔적이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에서도 다시 발견되니 걱정이다. 22대 국회는 이미 지난 5월 30일에 시작됐지만, 민주당 독주로 인해 개원식을 여태 치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22대 국회 첫 정기 국회 개원에 맞춰 치르기로 했는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표면적으로 든 불참 사유는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는 것. 또한 대통령실 관계자가 “ ‘살인자’ 망언을 서슴지 않고 사과도 없다”며 “대통령을 불러다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 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참석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백번 이해할 수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살인자’ 소리를 들은 마당에, 그런 주장을 한 민주당 의원들과 마주하기 싫을 것이다. ‘살인자’ 단어는, 일종의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단어다. 그렇기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작 발언 당사자는 이렇다 할 유감 표명이 없다. 또한, 툭하면 탄핵을 남발하는 22대 국회를 정상이라고 보지 않는 것 역시 공감한다.
그렇다고 개원식에 불참할 일은 아니다. 불참 이유야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1987년 민주화 이후 계속됐던 ‘관례’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22대 국회가 이 모양이 된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이 국회 관례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관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여권이 야당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상실됐다. 국민이 보기에 모양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뜩이나 야당은 ‘검찰 독재’ 운운하며 전혀 근거 없는 ‘계엄령’ 주장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으니, 의회를 무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곧 ‘독재’를 연상시킨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정치적 팬덤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팬덤은 정치를 감성화시켜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팬덤 없는 대통령이, 본인이 나서 정치를 감성화하려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팬덤이 바람직한 존재가 아니듯,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정치 행위를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 역시 ‘정치의 본래적 의미 회복’을 위해서는 좋은 일은 아니다.
또한, 대통령이 국민의 실체적 삶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감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면 현재 야당 주장이 완전히 무력화될 수 있다. 또 지지율도 높아질 수 있다. 국민 삶의 실체에 공감하는 대통령 모습을 보고 싶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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