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K, 일본 세븐일레븐 매수 제안 왜? [JAPAN NOW]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본 경제산업성은 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한 매수 제안과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하고 내용을 검토하도록 했다. 이런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유통계 초빅딜 제안이 외부에 알려졌다.
알리멘타시옹쿠시타르는 편의점 ‘서클K’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다. 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1989년 진출했지만 외환위기 직후 시장에서 철수했다.
세븐앤아이는 일본 내 1위 편의점업체기도 하지만 ‘이토요카도’라는 이름의 체인형 마트도 운영한다. 또 2021년에는 미국서 편의점과 주유소를 결합한 스피드웨이를 인수해 해외 사업을 확대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알리멘타시옹의 베팅 요인으로 우선 ‘싸다’는 점을 꼽는다. 인수 제안은 전액 현금에 의한 주식공개매입(TOB)이다. 현 시가총액 5조엔(약 46조원)에 프리미엄 30~40%를 고려하면 6조엔대 거래가 된다. 숫자로는 금액이 커 보이지만 세븐앤아이의 내재가치를 따지면 저렴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매수 자금을 몇 년 만에 회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기도 한데 7년쯤 지나면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경쟁사인 이온은 10배 남짓, 인수 주체인 알리멘타시옹은 무려 11배로 세븐앤아이보다 낮다. 인수 금액 자체는 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요인으로는 ‘식품 경쟁력’이 꼽힌다. 미국 편의점 산업은 1990년대에 대부분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미국 편의점업계는 세븐일레븐과 서클K의 양자 구도였는데 똑같이 24시간을 영업하면서 물건 구색이 훨씬 풍부한 월마트 등에 시장을 뺏겼다.
반면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편의점 산업을 훌륭히 이끄는 데다 미국 세븐일레븐도 인수해서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다. 성공 요인으로는 소매업으로의 확실한 변신이 꼽힌다. 과거에는 주유소 병합을 통해 이익을 냈다면 이제는 순수하게 샌드위치나 스낵 등의 상품 판매로 경영 실적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 세븐일레븐의 경우 매일 1200만명이 점포를 방문하고 미 전역의 50%의 세대를 커버한다. 9000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회원도 큰 재산이다.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Z세대에게도 세븐일레븐은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이를 알리멘타시옹이 꿰뚫어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인수 작업은 성공할 것인가. 대형 M&A가 늘 그렇듯이 만만치 않은 난관이 있다. 우선 일본 외환법에 따라 세븐앤아이의 지분 1% 이상을 가질 경우 국가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세븐앤아이 산하에 금융·석유 판매·농산물 관련 등 180여개 회사가 있어 이들 중 일부가 외환법 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반대 가능성도 있다. 알리멘타시옹은 2021년 프랑스 까르푸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식량 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M&A 키를 틀어버린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독점 문제도 변수다.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 20개국에 8만5000개의 편의점을 둔 세계 최대 업체다. 두 회사 간 합병에 따른 독점 심사를 요구하고 나설 국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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