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유력 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가능성 배제 안해...화약고 되나

오누키 도모코 2024. 9. 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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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하게 판단하겠습니다."

일본의 차기 총리를 결정할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靖国) 신사 참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는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온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가 집권 당시(2001~2006년) 관련 질문을 받을 때 사용했던 문구이기도 하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이 6일 도쿄 나가타초에서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회견을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6일 ‘총리에 당선된다면 취임 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매년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해왔다"며 "앞으로에 대해선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지금까지 참배해 온 건 어느 나라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감사와 존숭의 마음(이었고), 그리고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는 평화에 대한 마음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이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도 2009년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후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왔다. 벌써부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총리에 취임하면 한·일 관계가 다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8월 15일 참배했던 2006년 당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일본은 과거의 전쟁을 반성하면서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전쟁에 나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던 희생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경위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참배하고 있다. 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8월 15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8월 15일을 피해도 비판과 반발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 가도 똑같기 때문에 오늘이 적절한 날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 등이 합사돼 있는데, 제2차 세계 대전 A급 전범도 여기 포함된다.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주변국에 반발한 이유다. 중국에선 2005년 베이징과 상하이 등 각지에서 격렬한 반일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2013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마지막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시기, 상황을 고려해 참배를 고려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공물만 보냈을 뿐 결국 참배하지 않았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편 6일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한국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해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위험한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그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을 때 미국조차 이례적으로 '실망'을 표하면서 한 때 미·일 관계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6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 강화'를 내걸고 있어, 실제 집권하게 되면 참배 여부와 시기에 대한 판단을 달리 할 가능성도 있다.우선 10월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17~19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비가 될 수 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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