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연예인 피해 살펴보니...이래서 더 무섭다

이선필 2024. 9.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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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형 소속사들 강경 대응 밝혔지만 미흡... 법제도 근거 마련 시급

[이선필 기자]

근 일주일간 JYP 엔터테인먼트와 YG 엔터테인먼트를 비롯,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들의 불법 딥페이크 영상물 관련 강경 대응 방침 공표가 이어지고 있다. '지인 능욕'이라는 키워드로 딥페이크(AI기반 합성) 성착취물 범죄가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런 불법 딥페이크 영상, 성착취물 피해 범주는 상상 이상이었다.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부터 이제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 가수, 배우들까지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를 입고 있었다.

사실 이런 피해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AI 기술 발달로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유명인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치는 불특정 다수가 범죄 대상이 되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지, 국내 연예인 대상의 불법 영상물은 수년 전부터 국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암암리에 공개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속사들 대응이 한발 늦은 감이 있다. 또한 불법 영상 상당수가 성착취물에 해당하는 만큼 2차 피해 우려가 있에 소속사 차원에서 적극적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강경 대응 방침의 이면들
 미국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 비해 2023년 딥페이크 음란물이 약 423%나 증가했다.
ⓒ pixabay
미국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 비해 2023년 딥페이크 음란물이 약 423%나 증가했다. 성비로 봤을 때 여성이 99%, 남성이 1%로 절대적 비중으로 여성이 해당 음란물 표적이 되고 있었다. 특이한 사실은 딥페이크 음란물의 53%가 한국 여성이었으며, 피해 사례 톱10 중 8위와 10위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 가수였다.

JYP와 YG는 각각 지난 8월 31일과 9월 2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자사 SNS 계정을 통해 불법행위 관련 꾸준한 모니터링과 해당 영상 삭제 및 사이트 차단 조치를 위해 법적 조치 및 가능한 수단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연예인 딥페이크 논란이 하루 이틀 새 벌어진 일이 아닌 만큼 관련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이후에 대응책 고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가수 관련 기획사 뿐이 아닌 사람 엔터테인먼트 등 배우 관련 기획사 또한 비슷한 내용의 공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딥페이크 관련 연예인 피해 사례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된 바 있기에 발빠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알만한 대형 기획사들은 저마다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방위적으로 생산 및 유포되는 해당 영상물 특성상 팬덤 층에서 제보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다. 실제로 SNS 플랫폼 X에선 아이돌 그룹 팬덤 연합 공지(Attention Girlgroup Strans)라는 제목으로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가 된 가수들이 소속한 기획사를 태그해 꾸준히 범죄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SNS 플랫폼 X에 올라온 아이돌 팬 연합의 호소글
ⓒ X갈무리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 A씨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딥페이크 관련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으며, 법적 대응 절차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소속 아티스트의 피해 사례는 내부 및 외부 전문 모니터링 시스템과 제보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불법 영상 상당수가 성착취물에 해당하는 만큼 2차 피해 우려가 있기에 소속사 차원에서 공개 혹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톱배우 L씨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소속된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 B씨는 "최근 팬분들의 제보로 소속 배우가 한 게임 광고에 얼굴이 노출된 사실을 알게 됐는데 사행성 게임이고, 유령업체라 조악한 홈페이지만 있어서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며 "우선 그쪽과 접촉해서 조용히 광고물을 내리면 되는 거라 아직 법적 대응까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다른 중견 기획사 관계자 C씨는 "불법 딥페이크 영상물은 일종의 성범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선 피해 사실이나 그 대상을 공개하기가 어렵다. 그 자체로 확대 및 재생산 역할될 우려도 있다"라며 대응 관련 어려움을 호소했다.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 지배적"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범죄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영숙 직무대행 뒤 오른쪽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신보라 여성인권진흥원장이 참석해 있다.
ⓒ 유성호
공개 대응의 어려움과 함께 복수의 관계자들은 처벌 규정 자체가 너무 약해 관련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관련 법 개정안 발의가 나오고 있고, 정부에서도 딥페이크 영상 공유의 온상이 되고 있는 SNS 플랫폼인 텔레그램 측 직통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들이 오히려 이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을 각종 커뮤니티에 올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현실에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오히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지난 2022년 6월,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을 해체한 사실 때문에 현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아래 디성센터)는 이같은 불법 촬영물이나 딥페이크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공적 기관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4년 간 디성센터가 접수받아 삭제를 요청한 사건은 총 93만 8651건인데, 이중 약 29%에 달하는 사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전담 인력이 절반 수준으로 감축된 2021년 이후 상근 인원이 충원되지 못하면서 지원 서비스가 열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신생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된다고 해도 4, 5년 징역을 살고 나오면 끝인데 팬들 사이에서도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전담 인력이 있더라도 그 수많은 사례를 다 잡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신생, 대형 기획사 가릴 것 없이 지금까지 계속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범죄 다수가 해외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만큼 가해자 정보 청구에도 애를 먹고 있다. AI를 활용해 이런 불법 영상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이채' 조윤희 변호사는 "딥페이크 관련해 형사법적으론 성폭력 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에 해당하는데 반포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고, 불법 촬영물과 달리 딥페이크 영상 소지나 시청은 처벌 규정이 없기에 실질적으로 처벌 공백이 존재한다"며 "텔레그램 내 딥페이크 방에서 단순 가담자였다거나 저장만 했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기에 사람들에게 그런 인식이 퍼지고 있는 만큼 처벌 공백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해외 플랫폼인 경우, 딥페이크 처벌 규정이 아직 없는 나라도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협조 요청에 반드시 응할 이유가 없기도 해도 뾰족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라며 "다만, 이전과는 좀 다른 상황인 게 텔레그램 CEO가 수많은 방조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됐고, 유튜브 관련 범죄도 미국법에 근거해 구글 측에서 가해자 정보를 제공한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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