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애타게 찾은 열두 살 소녀, 이상했던 관계의 실체
[김형욱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뭇남자들에 의해 서로 떨어지고 있는, 정확히 말해 아빠와 딸이 서로 떨어지는 중에 집이 떠나가라 서로를 애타게 부르짖는다. 아빠는 집 밖으로 끌려가고 딸은 집에 혼자 남는다. 곧이어 딸은 어딘가로 향한다. 그곳은 보호센터,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달바, 나이는 열두 살이다. 그런데 소녀인 달바가 굉장히 성숙해 보인다. 묶어 올린 머리, 짙은 화장, 큰 귀걸이,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 때문일까.
알고 보니 달바의 부모는 이혼한 후 달바의 양육권을 나눠 가졌는데 남편이 달바를 납치해 달아났고 달바에 부녀 관계 아닌 연인 관계의 가스라이팅을 한 것이다. 즉 달바는 아빠한테 근친상간을 당해 왔지만 달바는 부녀 관계는 원래 그런 식이라고 학습받아 이상한 걸 몰랐다. 그러니 자신이 왜 센터에 와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당장 아빠에게로 가야겠다며 탈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달바를 맡은 담당자 제이든은 투박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녀를 챙긴다. 선을 넘을 땐 단호하게 대하고 그렇지 않을 땐 여타 어린아이 다루듯 한다. 한편 달바를 룸메이트로 받은 사미아는 그녀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고 극렬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녀의 사정을 알고는 그녀의 편이 되어준다. 그리고 달바는 그토록 바라던 아빠와 대면한다. 진실과 마주한 달바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될까.
▲ 영화 <러브 달바>의 한 장면. |
ⓒ AUD |
영화가 택한 기조는 의외로 '속도'다. 러닝타임이 80여 분에 불과한데, 시작부터 다짜고짜 전체 이야기의 절반쯤은 건너뛴다. 어설픈 플래시백 따위는 없고 달바에게 들이닥친 새로운 현실에 집중한다. 자질구레한 설명은 뒤로하고 몸짓, 표정으로 대신한다. 연출, 각본, 연기의 삼박자 합이 잘 맞았다는 방증이다.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이런 속도가 나오지 못한다.
12살 여자아이 달바에겐 아빠가 세상의 전부다. 그녀는 계속 말한다. 그녀도 아빠와의 관계를 원했고 강제는 없었다고. 오히려 센터의 통제가 강압적으로 느껴진다고. 아빠한테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지독하게 가스라이팅을 받았던 걸까. 아직 완전하게 세상과 자신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에만 있으면서 아빠한테 통제받고 종속당한 것이리라.
그런데 영화는 그 부분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아니 사실상 거의 다루지 않는다. 민감하고 불편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랬으려니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달바에게 필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평범한 삶을 영위해야 하기에, 성장해야 하기에 과거를 인지하되 과거에 매몰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 영화 <러브 달바>의 한 장면. |
ⓒ AUD |
당연히 혼자 할 수 없다. 물론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절대 혼자 모든 걸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어른다운 어른과 비슷한 처지의 또래를 도움의 손길로 내세운다. 어른은 그녀가 어린이로 돌아오길 바라며 보살피고 인도하고 알려주고 혼낸다. 또래는 같이 놀고 공감하고 감싸준다. 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고 그들이 달바를 놓아버린다면 끝장이다.
달바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건 과거를, 즉 아빠와의 잘못된 관계를 제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인 후 바뀐다. 그나마 없는 경험도 모두 아빠와의 연인 관계로 점철되어 있으니 자신의 세계를, 그것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100% 온전한 세계를 완전히 부정해야 했다. 그 또한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 영화 <러브 달바> 포스터. |
ⓒ AUD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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