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해결하려면…시행사 자본비율 강화+a 필요"
'큰손' 연기금·금융사 자금 지분투자 필요
건설사 PF공시 강화·업계 부조리 관행 타파
금융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책 일환인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 강화 외에도 '큰손' 연기금과 금융사 자금이 지분금융 방식으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장기적인 자본 확충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건설사 PF 공시 강화와 이른바 '도장값'이라 불리는 업계 부조리한 관행 타파 등 현장 일선에서 필요한 대책들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국회에서 주최한 'PF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부동산금융 활성화 전략'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부동산 PF 대책 후속 조치로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PF 대출 한도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전에는 전체 사업비에서 시행사가 투입한 자본이 3%만 돼도 금융회사 대출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시행사 자본비율이 높은 곳 위주로 PF 대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 사업장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PF 선순위 대출마저도 수도권 공동주택 사업장을 제외하고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수도권 인기지역 사업장 중에서도 오피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까지 모두 일부 상환만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선순위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소재 사업장 중에선 공동주택(일부 상환)을 제외하고 오피스, 오피스텔, 지산, 도시형 생활주택까지 모두 상환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홍 교수는 "매출액 감소와 사업비 인상 등으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오피스텔, 지산, 도시형 생활주택 등 선순위 상환이 어려운 곳도 있는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고의 위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건설사들의 PF 관련 객관적 공시 강화 필요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분양율과 공정율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공시가 강화돼야 신용평가사들의 건설사 신용평가도 제대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의 감독시스템 또한 진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이론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후에 진행이 정상적으로 되는지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PF 실무전문가를 채용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어 발제를 맡은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PF 대출 부실은 특정 상품이 아닌 개발사업 구조의 문제"라며 "시행, 시공, 금융의 각 영역에서 개선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자기자본을 확대하기 위해선 PF 대출과 함께 금융시장의 자본이 시행사로 들어올 수 있도록 넓혀줄 필요가 있다"며 "공사비 인하를 위해 중견 이하 건설사가 들어올 수 있도록 책임준공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장 일선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근형 신한자산운용 부동산구조화투자본부 본부장은 "캠코 펀드를 운영하면서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할인 매수에 따른 비판"이라고 짚은 후 "투자를 했기 때문에 리스크 차지를 한다면 금융기관에서 투자하고 싶어도 여기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또 사업장을 인수할 때 이른바 '도장값'이라 하는 사업권 문제가 있는데 이런 비용 처리가 제대로 안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있다"며 "이 같은 부분도 정책적으로 잘 해결된다면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SK D&D 금융파트 부장은 대부업 관련 이슈와 대물 변제예약시 문제점, 시행권·시공권 양수도, 기타 이의제기 등 여러 난제를 짚었다. 특히 소위 '도장값'이라 불리는 시행권·시공권 양수도는 부실사업장 매각에 최대 우려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김 부장은 "가격을 낮춰 경·공매를 하거나 신디케이트론 정책에도 연체율이 그다지 감소하지 않은 것은 개발사업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현재 시장상황에서 대출공급, 시공사 신용보강 리파이낸싱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으며, 시장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에쿼티 자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자기자본 강화는 향후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며 "반드시 시행사에 대한 자본부담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풍부한 국내 기관투자자,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대출이 아닌 에쿼티로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축사를 맡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6월 진행된 사업성 평가 결과 1차 평가 대상 중 유의·부실 우려에 해당하는 여신은 21조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저의 9.7% 수준"이라며 금융사와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1차 사업성 평가대상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적립됐지만 증자 등으로 자본 비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며 시행사, 건설사에 대한 영향도 당초 우려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예측 가능하며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부동산 PF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융 당국과 관계 기관은 향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공매 등 재구조화, 정리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금융건설협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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