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몰려든 미국 여자배구 리그... PVF는 '위기'
[박진철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
ⓒ 국제배구연맹 |
올 시즌 미국 여자배구 프로 리그는 2개의 리그가 동시에 운영된다. 올해 처음 출범하는 LOVB 리그(League One Volleyball 약칭), 그리고 지난해 출범해 첫 시즌을 치른 PVF 리그(Pro Volleyball Federation 약칭)다.
LOVB 리그는 6개 팀이 있고, 오는 11월 11일 프리 시즌을 시작한다. 정규 리그는 내년 1월 8일부터 4월 5일까지 진행된다. 그리고 4월 중에 왕좌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PVF 리그는 8개 팀이 경쟁한다. 다만, 올 시즌 경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추후에 발표할 예정이다.
파리 올림픽 은메달 주역대부분 LOVB로
그런데 놀라운 대목은 미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LOVB 리그 팀에만 입단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 13명 중 무려 10명이 올 시즌 LOVB 리그로 이적했다. 나머지 3명만 유럽 리그에서 계속 활약한다. 반면, PVF 리그에는 단 한 명도 가지 않았다.
미국 파리 올림픽 대표팀의 아웃사이드 히터인 조던 라슨(38)은 2022-2023시즌까지 이탈리아 리그 밀라노에서 뛰었지만, 올 시즌은 LOVB 리그 오마하 팀에서 활약한다. 켈시 로빈슨 쿸(32)은 지난 시즌까지 이탈리아 리그 이모코에 활약했고, 올 시즌은 LOVB 리그 애틀란타로 이적했다.
아포짓인 드류스(31)는 일본 JT에서 LOVB 매디슨, 조던 톰슨(27)은 튀르키예 바크프방크에서 LOVB 휴스턴, 미들블로커인 위싱턴(29)은 이탈리아 스칸디치에서 LOVB 솔트레이크시티, 오그보구(29)는 튀르키예 바크프방크에서 LOVB 오스틴 팀으로 각각 이적했다.
또한 세터인 폴터(27)는 이탈리아 노바라에서 LOVB 솔트레이크시티, 칼리니(29)는 튀르키예 아이든에서 LOVB 매디슨, 핸콕(32)은 이탈리아 카살마조레에서 LOVB 휴스턴 팀으로 이적했다. 리베로인 웡 오란테스(29)는 독일 포츠담에서 LOVB 오마하 팀으로 옮겼다.
이뿐이 아니다.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등에서 할약했던 미국 대표팀 2군급 선수들도 상당수가 LOVB 리그로 이적했다. 한마디로 해외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미국 대표팀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통째로 LOVB 리그로 몰려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이제 갓 출범한 자국 프로 리그가 유럽 빅리그처럼 흥행에 성공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의기투합해서 대거 LOVB 리그로 복귀한 것이다.
또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에고누(이탈리아), 보스코비치(세르비아), 가비(브라질) 등의 수준으로 세계 최상급 연봉을 받는 선수가 없다 보니, 다소 연봉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LOVB 리그로 이적할 수 있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 면에서도 자국 리그에서 뛰는 것이 훨씬 좋은 점도 한 요인이다.
한편, LOVB 리그에는 폴리에(이탈리아), 파비아나(브라질), 디케마(네덜란드), 드류니옥(독일), 포가니(독일), 코지마(일본), 이노우에(일본), 다마키(일본) 등 다른 국가 선수들도 현재 대표팀 주전이거나 과거에 할약했던 명성 높은 선수들이 상당수 입단했다.
한국 V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메디(전 IBK기업은행), 산타나(전 IBK기업은행), 캣벨(전 도로공사), 지아(전 정관장)도 올 시즌 LOVB 리그로 이적했다.
'세계적 스타 전무' PVF 리그... '하위 리그' 전락 위기
LOVB 리그가 창설되면서 1년 먼저 출범한 PVF 리그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세계 정상급 스타 선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주목도와 흥행 면에서 LOVB 리그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두 리그의 선수 면면만 보면, LOVB이 1부 리그라면 PVF는 2~3부 리그 정도로 격차가 매우 크다. 더군다나 PVF 리그는 라자레바(러시아), 베띠(도미니카) 등 지난 시즌에 뛰었던 유명 선수들도 상당수가 LOVB이나 다른 리그로 떠났다.
때문에 PVF 리그에는 국내 배구팬들이 잘 알만한 선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 V리그에서 뛴 적이 있는 켈시 페인(전 도로공사), 폰푼(전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전 IBK기업은행), 윌로우(전 흥국생명) 정도만 익숙할 뿐이다.
그리고 학폭 의혹으로 국내 배구계에서 퇴출된 이다영(28)이 지난 4일 PVF 리그 샌디에이고 모조 팀에 입단했다.
PVF의 일부 팀들은 현재 선수가 부족해 추가 영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PVF 리그는 LOVB 리그와 대등한 경쟁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양대 리그로 발전하는 걸 최상의 그림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상황은 분명 위기다. 자칫 하위 리그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모은 LOVB 리그가 과연 미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빅 리그로 정착할 수 있느냐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 여자배구 선수들에게도 큰 희소식이다. 유럽 이외에 또 하나의 빅 마켓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의사가 있는 일부 국내 선수, 어린 유망주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