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상암 잔디, 대표팀 경기장 이전도 장기적 대안은 아냐… 축구협회 차원의 잔디관리 필요하다

김정용 기자 2024. 9. 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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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 상대로 졸전에 그친 이유 중 하나는 질 높은 경기가 어려운 잔디 상태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질은 떨어지고, 경기를 개최할 다른 구장도 마땅치 않다.

수년째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나쁜 편이고, 특히 지난해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 이후 눈에 띄게 열악해졌다.

하지만 서울 외에 가장 유력한 구장인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보수 중이고, 고양 종합운동장은 서울 못지않게 잔디 상태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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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이 팔레스타인 상대로 졸전에 그친 이유 중 하나는 질 높은 경기가 어려운 잔디 상태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질은 떨어지고, 경기를 개최할 다른 구장도 마땅치 않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재데뷔'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3위인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보다 몇 수 위인 선수단을 갖고 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 강팀 경기력 깎아내는 울퉁불퉁 잔디


손흥민의 슛이 골대를 맞히는 등 불운한 장면도 있었지만,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기대이하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 중요한 요인이 잔디였다. 실력이 더 좋은 팀은 기본적으로 경기템포가 상대보다 빠르기 때문에 강팀이다. 패스의 속도가 더 빠른 게 강팀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이날 한국 선수들은 잔디 상태 때문에 공이 튕길까봐 느린 패스를 주로 했다. 그래서 빌드업이 느려지고 상대가 대형을 갖출 시간을 줄 수밖에 없었다. 가끔 먼 거리 땅볼 패스를 시도하는 선수가 있었지만 공이 중간에 느려지거나 튕기면서 패스미스가 나기 일쑤였다. 김영권과 김민재의 특기인 땅볼 전진패스가 잘 나오지 않았고, 시도할 때도 실수연발이었던 건 잔디와 관련이 있다. 패스의 달인 이강인은 유독 띄운 패스를 고집했다.


올해 3월 태국을 상대한 2차 예선 2연전에서 잔디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태국과의 홈 경기에서 이번 팔레스타인전 비슷한 졸전 끝에 1-1 무승부에 그쳤는데, 곧바로 태국으로 날아가 치른 원정경기는 3-0 대승을 거뒀다. 기성용 등 축구인들이 서울 월드컵경기장 잔디 때문에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거라고 지적했다. 당시 태국 측은 한국의 방문을 맞아 잔디를 특별 관리했다.


수년째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나쁜 편이고, 특히 지난해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 이후 눈에 띄게 열악해졌다. 올해 FC서울로 이적해 온 제시 린가드가 K리그 데뷔골 기회에서 슛 직전 공이 불규칙하게 튀자 땅을 가리키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잔디 상태를 핑계대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 모습이 역설적으로 잔디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주장 손흥민은 "잔디가 나빠도 그냥 잔디가 좋다고 생각해야 된다"고 동료들과 주고받은 말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동안 잔디 언급을 자제하던 손흥민도 팔레스타인전 이후에는 "기술 좋은 선수가 많은데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해 팬들 보기도 아쉬울 것이다. 홈의 잔디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수도권 다른 경기장, 대안도 쉽지 않다


축구협회는 원래 3차 예선 모든 홈 경기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잔디 상태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커지는데다 이로 인해 경기력도 저하되고 있다.


현재 경기장을 옮길 생각이 있지만 갈 곳이 마땅치않다. A매치 경기장은 공항에서 2시간 이내, 150km 이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과거 각 지방구장에서도 A매치가 여러 차례 열렸다.


다만 그 조건은 국내에서 연달아 2경기가 열렸을 경우라고 봐야 한다. 이번 9월 일정처럼 홈에서 1경기, 원정에서 1경기가 연달아 열리면 이동거리 때문에 수도권 외의 구장은 쓰기 힘들다. 국내 2연전의 경우에는 지난해 울산과 서울, 부산과 대전에서 각각 친선경기가 열리는 등 지방개최 사례가 많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건 내년 3월 열리는 오만, 요르단 상대 2연전뿐이다.


홈과 원정을 오가며 경기가 열리는 일정의 경우 매번 수도권에서 경기했다. 하지만 서울 외에 가장 유력한 구장인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보수 중이고, 고양 종합운동장은 서울 못지않게 잔디 상태가 나쁘다.


최근 K리그 '그린 스타디움상'으로 잔디가 가장 좋은 구장으로 공인받은 곳은 강릉종합운동장이었다. 이곳을 쓸 경우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진다.


정우영(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홍명보 감독. 서형권 기자

▲ 축구협회 차원의 상암 관리 필요하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대표팀의 홈 구장으로 거의 정해진 상태다. 게다가 올해부터 코리아컵(구 FA컵) 결승전도 서울에서 열린다. 마치 잉글랜드의 웸블리 스타디움처럼 대한축구협회를 상징하는 구장으로 위상이 더 굳어져가고 있다.


잔디 상태가 괜찮은 구장을 찾아다니는 것도 방법이지만, 축구협회 차원에서 서울 잔디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웸블리 스타디움 잔디를 직접 관리한다. 웸블리 역시 콘서트가 자주 열리는데도 상태가 잘 유지되는 이유는 콘서트 후 잔디를 싹 교체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잔디에 대한 논란이 인 뒤, 잦은 교체로 방향을 정했다. 기본적으로 일년에 두 번, 필요시 더 교체할 수도 있다는 게 잉글랜드 축구협회 방침이다. 대형 공연을 유치해서 경기장 대관수익을 낸 뒤 그 일부를 잔디 교체에 투자하는 식이다.


시설공단이 관리하는 한국 경기장의 잔디상태와 축구협회가 직접 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잉글랜드는 현실적인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모범 사례를 한국에 어떻게든 적용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축구협회 소관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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