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동규도 시끄러운데, 김문기 관심 가질 이유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유동규만 해도 엄청 시끄러웠는데, (김문기 처장은) 특별한 인연이나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 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기일을 열고 이 대표를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으나 본인이 신문을 받기 위해 증인석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고인 신문은 통상 증거조사가 끝난 뒤 결심 공판 직전에 진행한다.
“처음에는 故유한기 기사로 생각…전화만 여러 번 해”
이날 오전 신문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장동 의혹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김문기 전 처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이 기억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특별한 이유가 없다. 유동규만 해도 엄청 시끄러운데”라고 반박했다.
또 ‘김 처장과 동행한 호주 출장 전후로 대장동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지적에도 “워낙 일들이 많았고 대선 후보이기에 사소한 기사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2021년 12월 21일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 도중 숨졌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당시 “처음에는 유한기 기사인가 했는데, 다른 기사를 보니 또 한 명의 사망자였다"고 돌이켰다.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아오다가 김 전 처장보다 10여일 앞서 숨졌다.
이 대표는 “(기사를 보고) 누구인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그때 전화를 여러 번 하면서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도와준 사람이구나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굴도 떠오르는 게 없고, 전화만 여러 번 했다. 제가 귀찮을 정도로 여러 번 전화했는데 정말 성실하게 받아주셨다”고 했다.
“‘모른다=접촉한 적 없다’는 아냐”
이날 신문에서도 이 대표는 ‘몰랐다’는 말이 즉 ‘보좌받은 적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당연히 (김 처장과) 부딪히고 스쳤을 수 있고 보고를 했을 수도 있다”며 “‘몰랐다’는 말이 만나거나 접촉한 사실도 없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22일 SBS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모른다’는 표현을 썼다가 이후 방송부터는 ‘기억이 안 난다’ ‘인지 못 했다’는 표현을 쓰며 해명하려 했다는 검사 지적에는 “검사님 일방적 의견인 것 같다”고 응수했다. 이어 “분명히 기억에는 없는데 전화를 많이 했고 출장을 간 점은 팩트인 것 같아서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하고 행사에서 접촉하지만 그게 입력되지 않는다”며 “입력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문에서 이 대표와 검찰 측은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물 한 병과 공책 한 권, 연필을 들고 증인석에 선 이 대표는 “질문을 잘라서 팩트로 해주시면 좋겠다”라거나 “질문의 전제가 팩트와 다르다”며 검찰 질문에 대응했다.
대선 당시 언론 취재에 응하는 방식에 대해 답하다 “사소한 논쟁에 빠져들면 스피커 큰 쪽이 이긴다”며 “검찰이 자주 쓰는 언론플레이 방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검찰 역시 “사소하다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말씀드린 의혹들은 상당한 국민적 관심사”라고 꼬집었다.
“호주 출장, 김문기 기억 안 나…하위 직원들과 대화 잘 없는 일”
오후 재판에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1월 김 처장과 동행한 호주 출장을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Q : 호주 출장 참석자가 중간에 김문기로 변경됐다
A : 검찰 측이 김문기, 유동규와 이재명이 특별한 관계라고 주장하는데, 만일 특별한 관계라면 처음부터 김문기로 했을 것이다.
Q : 김문기 처장이 더 편해서 변경한 게 아닌가.
A : 검사님의 생각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저는 수행비서가 있었다. 제 손발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유동규를 지원하는 하급 실무자가 시장과 무슨 관계가 있나.
Q : 김 처장과 네다섯 시간 골프를 쳤는데 기억나는 대화가 있나.
A : 간부도 아니고 실무팀장 정도인데 시장에게 말 거는 게 불가능하다. 제가 출장에서 말을 잘 안 한다. 그 자체가 매우 피곤한 일이다. 소개는 인천공항에서 만날 때 다 한다. 기억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기억도 안 난다.
Q : 유동규 전 본부장은 골프 중 에피소드를 다수 이야기했다. 상황이 기억나나.
A : 기억에 없다. 유동규 말을 진실로 생각하긴 어렵다. 유동규는 검찰에서 여러 수사를 받고 있고 기소되지 않은 혐의도 많다. 제 입장에서는 매우 정치적인 검찰 입장에 동조해서 사실 아닌 이야기를 참 많이 하고 있다.
Q : 유동규에 따르면 클럽하우스에서 리모델링 이야기를 하며 피고인이 농담을 했다고 한다. 기억에 있나.
A : 제가 하위 직원들과 체통 떨어지게 사소한 잡담을 하는 경우가 잘 없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고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했다’고 한 발언 등으로 2022년 9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원래 이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으로 한 차례 기일이 밀렸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이 대표 최후진술과 검찰 구형이 이뤄진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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