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발행인, 경쟁지 WP에 기고 "트럼프 반언론 '플레이북' 우려"
뉴욕 타임스(NYT)의 발행인 A.G. 슐츠버거가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 사용할 수 있는 반(反)언론 ‘플레이북’(playbook·교범)을 이해해야 한다며 경고하는 글을 기고했다. 미국 유력 언론사 발행인이 경쟁사에 기고하는 건 이례적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슐츠버거는 ‘언론 자유에 대한 조용한 전쟁이 어떻게 미국에 왔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와 측근들은 백악관 복귀를 모색하며 ‘국민의 적’이라고 비웃었던 언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앞으로 다가올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동료들과 나는 헝가리, 인도, 브라질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공격받고 있는지 몇 달 동안 연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 반대 조치의 패턴을 보면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 플레이북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소개했다. ▶독립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심고 저널리스트에 대한 괴롭힘을 정상화하고 ▶세금, 이민 단속, 개인 정보 보호 등 법률 및 규제 권한을 조작해 언론인과 언론사를 처벌하며 ▶불리한 저널리즘에 대해 재정적 처벌을 효과적으로 부과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통해 법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어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이러한 전술을 채택하도록 장려해 언론인과 고용주에 대한 공격 규모를 늘리고 ▶충성을 바친 사람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권력의 지렛대를 사용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슐츠버거는 “언론 반대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와 동맹들”이라며 “이 플레이북의 효과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자신에게 도전하는 저널리즘을 무시하고 공격하기 위한 곤봉으로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대중화한 지 8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그 후 6개 대륙 약 70개 국가에서 가짜 뉴스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간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돼온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선 가볍게 비판했다. 슐츠버거는 “건국 이후 모든 대통령은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기자들의 성가신 질문에 대해 불평해 왔다. 여기에는 독립 언론인과의 대본 없는 만남을 체계적으로 피해 나이와 건강에 대한 질문을 회피할 수 있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정치에 뛰어드는 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주요 언론사 중 하나의 관리자로서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느낀다. 여기 존경 받는 경쟁사의 페이지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 직업 전체는 물론 그에 의존하는 모든 사람이 위험을 공유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슐츠버거는 “지난 세기 미국에서 트럼프는 자유 언론을 훼손하려는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재차 강조한 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대중에게 진실을 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의 기고에 대해 CNN 방송은 “슐츠버거는 때때로 주요 문제에 대해 저널리즘 업계의 논의를 유도하기 위해 글을 쓴다”며 “(워싱턴 포스트와의) 이번 협력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실존적 위협에 맞서 연대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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