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자 넘치는 서울교육감 선거, 진보도 보수도 "공중분해 막아라"
출마 선언부터 진영 논리, 상호 비방
교육감 선거에 '정치 검찰' 등장
진보·보수, 단일화 성공할 묘책은
오는 10월16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와 관련해 주요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는 등 본격적인 경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 10년간 자리를 지킨 조희연 전 교육감 빈 자리를 차지하고자 진보와 보수 양쪽의 출마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버금갈 정도로 대규모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대중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후보자 난립에 따른 선거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결국 이번 선거도 진보와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요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군을 비롯해 선거의 변수 등을 분석해본다.
후보만 14명 이상, 앞다퉈 출마 러시
교육계에 따르면 진보·보수 진영을 통틀어 14명의 후보가 출마를 공식화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곽노현 전 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서울 오류중 교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6일 출마를 선언하는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위원은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한다. 소설 ‘범도’의 작가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출마를 검토 중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5일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과 홍후조 고려대 교수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은 오는 9일 출마를 선언한다. 이 밖에 출마를 검토 중인 보수 성향 인사들도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다시 그 인물?
2007년 교육감 직선제 시행 이후 교육감 선거 때마다 후보 난립과 진영 대결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인물을 뽑는 교육감 선거의 본질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이나 특정 정파의 표심에 기댄 선거 전략에 열중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로 뽑히는 교육감 임기는 1년 8개월에 불과해 사실상 새로운 정책을 구상, 실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이들은 이번에 당선될 경우 2026년 지방선거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법안이 발의되는 등 미래 상황은 예측 불허다.
후보들은 선명한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를 토대로 승리 전략을 짜는 모습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5일 "이번 교육감 선거는 삼중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며 "교육 후퇴와 파괴를 막아내고 혁신미래교육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전혁 전 의원은 5일 "지난 10여년간 서울의 교육은 조희연 전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좌파 세력들에 의해 황폐화됐다"며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신선한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곽 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한 바 있다. 박선영 전 의원, 조전혁 전 의원, 최보선 전 위원은 2022년 서울 교육감 선거를 준비했던 인물이다.
진영별 단일화, 경선 룰 조정 변수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단일화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단일화 경쟁에 불참한 뒤 독자 출마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단일화 문제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 보수 진영은 2014년, 2018년, 2022년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했고, 이는 진보 쪽 교육감 후보에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보 진영은 이번에도 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보선 전 위원을 제외한 8명의 후보 단일화 계획을 밝혔다. 경선 룰 조정에 이어 9월 중순께 단일 후보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보수 진영은 ‘바른교육국민연합’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두 단체가 ‘중도우파 후보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를 꾸려 단일화에 나섰다. 통대위는 단일화 신청자 접수를 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 출마자들은 아직 단일화 합류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보수 진영은 후보 모집 전부터 추진 단체가 꾸려졌고, 후보 추대를 위한 경선 룰을 정했다. 통대위가 제시한 룰은 ‘여론조사 100%’ 반영 방식이다.
보수 진영의 한 출마자 측 관계자는 "단일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며 "경선 룰에 대해서도 후보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도 단일화 결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권혜진 추진위 상임공동대표는 "최악의 경우인 ‘공중분해’를 최대한 막아보려고 한다"며 "룰 미팅 과정에서 후보 선호를 취합해 의견을 모아나가는 것이 가장 큰 난제"라고 설명했다.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은 예비후보 등록 후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오전 9시30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교육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한 후보는 홍제남 전 교장, 안양옥 전 회장 등이다. 예비후보 등록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며 26~27일은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다음 달 11~12일에는 사전투표가, 16일에는 본투표가 진행된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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