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굴삭기와 요란한 빈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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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회사가 밥캣밖에 없다."최근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놓고 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사업구조 재편, 재무건전성 확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합병비율 등 이런저런 논리를 갖다 대지만 결국 두산그룹 계열사 중에서 실제로 사업성과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없어 유일하게 '돈 되는' 두산밥캣을 놓고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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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캣 제외한 계열사 실상 자인한 셈
꼼수 합병보다 진짜 사업 발굴 필요
"돈 버는 회사가 밥캣밖에 없다."
최근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놓고 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사업구조 재편, 재무건전성 확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합병비율 등 이런저런 논리를 갖다 대지만 결국 두산그룹 계열사 중에서 실제로 사업성과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없어 유일하게 '돈 되는' 두산밥캣을 놓고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란한 말풍선을 보지 말고 숫자를 보라고 조언했다. 지주회사 ㈜두산은 원전설비를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지분 30.39%)와 협동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68.19%)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소형 굴삭기를 만드는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자 ㈜두산의 손자회사다.
실적을 보면 지난해 ㈜두산의 전체 영업이익이 1조4363억원인데, 같은 기간 두산밥캣이 홀로 1조3899억원(영업이익)을 벌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이익은 1조4673억원이지만, 종속회사 두산밥캣 등을 떼고 독자적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4549억원에 불과하다. 두산밥캣과 합병을 모색 중인 두산로보틱스는 적자회사다. 지난해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신이 ㈜두산의 대주주라면 두산밥캣을 어디에 두고 싶은가.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알짜회사를 지분 30%의 두산에너빌리티의 종속회사로 두고 싶은가, 지분이 70%에 육박하는 두산로보틱스 아래에 두고 싶은가. 더 나아가 직접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자회사로 만들고 싶은가.
두산그룹은 대주주에게 유리하고 편한 길을 택했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두산그룹이 발표한 두산로보틱스-밥캣 합병 프로젝트는 상장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들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했다. 연간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지만 주가는 저평가된 밥캣과 적자에 미래가치가 불투명하지만 로봇 테마주 성격으로 고평가된 로보틱스를 시가대로 합병하겠다는 계획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주주 단체가 반발했고,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두산을 압박하는 등 수차례 푸닥거리 끝에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 원안은 철회됐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분리해 로보틱스 산하에 두는 '플랜B'는 남았다.
그렇다면 두산그룹은 투자자와 당국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왜 이런 무리한 계획을 추진하는 것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대주주 이익 극대화이고, 그룹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신사업 투자를 위한 사업 개편이다. 좀 더 근원적이고 냉정한 평가도 가능하다. 두산그룹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기업을 믿고 투자해 준 주주 보호에 소홀한 기업집단이라는 악성 꼬리표를 달게 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두산그룹의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밥캣을 제외한 계열사는 핵심 경쟁력이나 강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떠들썩하게 광고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은 '꼼수' 합병 계획에 들일 시간과 비용, 노력 그 몇 배를 진짜 사업 발굴에 쏟아야 했다. 눈치 빠르고 냉정한 자본시장에서 돈 못 버는 기업은 외면받는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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