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졸전' 한국 축구, 96위 팔레스타인에 무승부

박시인 2024. 9. 6. 0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한국 0-0 팔레스타인

[박시인 기자]

한국 축구의 퇴보일까. 역대급 졸전으로 남을 최악의 경기였다.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계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답답한 빌드업-이강인 의존증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이강인과 손흥민이 이강인의 슈팅이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주민규-이강인이 최전방에 위치한 가운데 미드필드는 이재성-정우영-황인범이 자리했다. 포백은 설영우-김영권-김민재-황문기,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팔레스타인은 전반 3분 한 차례의 역습으로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오다이 다바그의 크로스에 이은 타메르 세얌의 슈팅이 다소 약하게 맞으며 조현우 골키퍼 품에 안겼다.

한국은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후방부터 빌드업을 전개했지만 상대 페널티 박스까지 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4-4-2 대형을 유지하며 밀집 수비를 구성한 팔레스타인을 맞아 한국은 이렇다 할 파훼법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17분에서야 나왔다. 손흥민이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주민규가 헤더로 연결한 공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한국은 전반 21분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세트피스에서 연결된 킥을 하메드가 머리로 패스했고, 세얌이 헤더로 득점을 성공시켰지만 앞선 상황에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한국의 답답한 경기력은 전반 내내 이어졌다. 공격 방향이 단조롭게 측면으로만 향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다시 패스가 후방으로 빠지는 흐름을 반복했다. 이른바 'U자 빌드업'이었다. 중원에서 잦은 패스 미스는 물론이고, 공격의 세부 전술 부족이 드러났다.

한국은 전반 40분을 지나면서 상대의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자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전반 40분 이강인이 손흥민과 원투 패스 이후 박스 안으로 진입하며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42분에는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로빙패스를 찔러 넣었고,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들던 황인범이 수비를 따돌린 뒤 왼발슛으로 이어갔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79%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슈팅수 6-2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실망스러웠던 전반전이 종료됐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민규 대신 오세훈을 넣으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5분 황인범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 오른편으로 빗나갔다. 팔레스타인도 후반 6분, 10분 아부 알리와 아타 자베르의 중거리 슛으로 응수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3분 이재성을 빼고, 황희찬을 넣으며 투 스트라이커 체제의 4-4-2 포메이션으로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14분 오세훈이 수비수와 등지면서 원터치로 내주고,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완벽한 빅찬스를 창출했다. 프리 상황에 있던 이강인의 왼발슛이 골문 위로 떠오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18분에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왼발로 크로스를 띄웠고, 오세훈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2분 부상을 당한 설영우가 아웃됨에 따라 이명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른쪽 풀백은 황문기 대신 황재원이 투입됐다.

후반 28분 박스 아크 정면에서 이강인이 감아찬 프리킥 슈팅을 라미 하마데 골키퍼가 쳐냈다. 한국 공격의 중심은 이강인이었다. 후반 38분 역시 이강인의 발에서 기회가 생산됐다. 오른쪽에서 왼발 크로스가 파 포스트에서 자리 잡았던 오세훈의 머리에 전달됐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41분 황인범 대신 이동경을 넣으며, 5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족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후반 42분 이강인의 수비 뒷공간 롱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이 골키퍼까지 제치는데 성공했지만 마지막 오른발 터닝슛이 골대를 튕기고 말았다.

팔레스타인의 간헐적인 역습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후반 47분 아부 알리가 노마크 위기에서 회심의 슈팅을 때렸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한국은 종료 직전 오세훈이 시도한 회심의 헤더마저 골문을 외면했고, 결국 팔레스타인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비판 여론 반전시키지 못한 최악의 참사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홍명보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호는 피파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유럽파들이 총출동하고도 홍명보 감독의 뚜렷한 전술적 색채와 압도적인 파괴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울산 시절 보여준 특유의 'U자 빌드업'이 이날 경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밀집 수비의 약팀을 상대로 고전하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득점이 터지지 않자 홍명보 감독은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칠 때마다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과연 10년 전과 비교해 홍명보 감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전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서울 월드컵 경기장, 한국 서울 - 2024년 9월 5일)
한국 0
팔레스타인 0

선수명단
한국 4-2-3-1 : GK 조현우 - 황문기(67'황재원), 김민재, 김영권, 설영우(67'이명재) - 황인범(86'이동경), 정우영 - 이강인, 이재성(58'황희찬), 손흥민 - 주민규(46'오세훈)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