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은메달 따고도 서로 미안해한 정호원-강선희의 동료애
금메달만큼 빛난 은메달이었다. 보치아 혼성페어(스포츠등급 BC3) 은메달리스트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과 강선희(47·한전KPS)는 서로에게 미안해했다.
정호원은 "파리에 오기 전에 누나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 마지막 실수가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선희는 "정호원 선수가 꼭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했으면 했는데 그게 가장 아쉽다"며 울먹였다.
둘은 서로의 힘을 빌려 보치아 혼성페어 결승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6일(한국시간)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는 홍콩에 3-5(0-3, 3-0, 0-1, 0-1)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두 선수는 개인전에서 각각 금메달, 동메달을 따냈다. 선수단에선 둘이 뭉친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기대했다. 패럴림픽 금메달 4개를 따냈지만 2관왕이 된 적이 없었던 정호원도,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강선희도 아쉬울 법 했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배려하는 '원 팀'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돌이 되기 전 입은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가 생긴 정호원은 중학교 1학년 때 보치아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도 자신의 2관왕을 놓친 것보다 강선희의 생애 첫 금메달을 선물하지 못한 걸 자책했다. 그는 "누나가 꼭 다음 대회(2028 LA 패럴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1977년생인 강선희는 다소 늦은 나이에 보치아에 입문했다. 2000년 교통사고로 지체 장애 1급을 받은 강선희는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다 우연히 보치아를 접했다. 2017년 입문해, 2019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권은 획득하지 못했으나, 끊임없이 훈련해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강선희는 "처음 참가한 패럴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이라는 큰 성과를 내어 기쁘다. 하지만, 정호원이 2관왕을 하지 못해 아쉽다"며 "나 자신만 보면 만점인 대회"라고 돌아봤다. 이어 "정호원이 개인전서 금메달을 따주면서 한국 보치아의 패럴림픽 10연패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그나마 편하게 페어 경기를 했다. 정호원이 아니면 (페어) 은메달도 못 땄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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