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소속팀 없었다" 팔레스타인 수호신의 고백, 선수 피로도는 홍명보 감독 핑계일 뿐

김희준 기자 2024. 9.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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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하마다(팔레스타인).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팔레스타인 선수 몇몇은 소속팀 없이 대표팀 경기만 소화했다. 실전 감각이 부족한 선수들을 상대로 무전술로 일관해 무승부를 거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러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팔레스타인은 한국을 상대로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마크람 다부브 감독이 부임한 이래 팔레스타인은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한 선수비 후역습 축구를 통해 무너뜨리기 쉽지 않은 팀이 됐다. 올해 1월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이란, 아랍에미리트, 홍콩과 한 조를 이뤄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했고, 16강에서도 개최국이자 우승국인 카타르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등 분전하며 1-2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에 자신의 전술 색채를 입힐 시간이 부족했음을 감안하더라도 팔레스타인보다 전술적으로 밀렸다는 사실은 용납하기 힘들다. 전반에는 사실상 팔레스타인이 원하는 흐름대로 경기가 흘러갔으며, 만약 전반 22분 프리킥을 통해 팔레스타인이 터뜨린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지 않았다면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었다.


물론 주말 경기를 뛰고 온 선수들의 피로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홍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경기 후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전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좋지 않았다. 후반에는 조금 더 개선이 됐는데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전술적으로 어떻게 준비할지는 내일부터 다시 하겠다.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컨디셔닝"이라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바탕으로 전술을 구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마크람 다부브 감독(왼쪽)과 라미 하마다(이상 팔레스타인). 김희준 기자

그러나 선수들의 피로도는 홍 감독의 핑계가 될 수 없다. 팔레스타인 선수들 중에는 아예 소속팀 없이 1년 가까이 보낸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요한 슈팅들을 막아내며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된 라미 하마다 골키퍼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를 뛸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나를 도와준 감독님, 골키퍼 코치,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감사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강한 팀과 여러 스타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나는 지금 소속팀 없이 선수 생활을 1년간 이어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리그도 멈춰있어 개인 훈련만 진행 중이다.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혼자 잘 준비한 걸 바탕으로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고백했다.


축구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하마다는 올해 7월 부로 무적 신세가 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이 지난해 10월경 터졌기 때문에 사실상 1년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건 하마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리그에서 뛰던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현재 소속팀이 없는 선수만 6명이고, 팔레스타인 리그에 속한 선수까지 합하면 8명이다. 실전 감각 자체가 부족한 선수들을 상대로 피로도를 운운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하마다는 이번 경기 무승부로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며 안도했다. "응원을 와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응원을 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는 꿈이 있다는 걸,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위해 싸운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나와 같은 무소속 선수들도 퀄리티가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뭉쳐서 목표를 위해 싸운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오늘 하루에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전력과 실전 감각에서 더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팔레스타인에 전술적으로 밀리며 졸전을 펼쳤다. 만약 오만 원정에서도 별다른 전술적 색채 없이 같은 경기력을 반복한다면 경기장에서 울려퍼졌던 비난과 야유가 한층 강해질 수밖에 없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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