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 최경주 대신 마루야마?…프레지던츠컵 부단장 선임에 한국팬 ‘씁쓸’
5명의 부단장 중 한국인은 한명도 없어
막판에 마루야마 시게키 급하게 선임 해
“결국, 최경주를 빼고 대신 마루야마 시게키(일본)라고…”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2024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단장인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마루야마를 뜬금없이 부단장 중 한 명으로 낙점했다는 PGA투어 발표를 2주 전쯤 접하고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에 최경주(54·SK텔레콤)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어서다. 최경주의 말에 따르면 위어 단장이 어니 엘스(남아공)가 합류를 간곡히 요청해 부득이 최경주를 픽하지 않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는 것. 그럼에도 상황 변화에 따라 위어의 마음이 바뀌길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위어는 최경주를 끝내 간택하지 않았다. 대신 마루야마를 픽했다.
PGA투어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은 엘스와 마루야마를 비롯해 트레버 이멜먼(남아공), 제프 오길비(호주), 카밀로 비예가스(콜럼비아) 등 총 5명이다. 2022년 4명, 2019년 4명, 2017년과 2015년 대회 3명 등 최근 열린 4차례 대회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다. 미국팀도 이번 대회에는 최대 4명의 부단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최경주가 이번에는 부단장에 선임되지 않을 것을 진즉에 알았음에도 막상 최종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걸 확인하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통상적인 부단장 수를 무시하고 마루야마를 막판에 이례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 의아하면서 납득이 안된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의 대륙 간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에 창설돼 2년마다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2024년 대회는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의 몬트리올GC에서 개최된다. 대표팀은 세계랭킹 순위 상위 6명과 단장 추천 6명 등 각 팀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4일 단장 추천 선수 발표로 확정된 인터내셔널팀에는 김시우(29·CJ)가 합류하면서 한국 선수는 임성재(25), 안병훈(32·이상 CJ), 김주형(22·나이키)까지 총 4명이다. 2022년 대회 때와 같은 수로 역대 최다다. 전체 12명의 ‘3분의 1’이다. 한국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내셔널팀은 말 그대로 세계연합팀 즉, 다국적군인 셈이다. 이번 대회도 한국 4명을 비롯해 주최국 캐나다와 호주가 나란히 3명씩, 남아공과 일본 각각 1명 등 총 5개국 연합팀으로 구성됐다. 단장은 출신 국가가 다른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탄탄한 팀워크를 이루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을 보좌하는 게 부단장의 임무다.
부단장 선임 조건은 프레지던츠컵 출전 경험과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시 된다. 다시 말해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가장 많은 출전 선수를 배출한 국가에서 부단장이 나와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4명이 선수로 출전한 한국 출신 부단장이 한 명도 없다.
반면 선수 딱 한 명이 대표에 선발된 남아공은 부단장이 2명,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콜롬비아는 1명의 부단장이 선임됐다. 대륙 안배 차원이라는 말로는 납득이 안된다. 거기다 일찌감치 내정된 다른 부단장들과 달리 막판에 급조 형식으로 선임된 마루야마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마루야마의 커리어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PGA투어 통산 3승의 마루야마는 프레지던츠컵에 선수로 2회(1998년, 2000년), 부단장으로 한 차례(2013년) 출전했다. 프레지던츠컵 통산 전적은 6승 2패다. 특히 1998년 대회에서는 5승을 거둬 국제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우승은 역대 전적에서 미국이 12승 1무 1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인터내셔널팀이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하지만 마루야마의 PGA투어 커리어는 최경주와 비교 상대가 되지 못한다. PGA투어 통산 8승의 최경주는 프레지던츠컵에 선수로 3회(2003년, 2007년, 2011년), 부단장으로도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는 최다인 3회(2015년, 2019년, 2022년)나 참여했다.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렸던 2015년 대회 때는 수석 부단장으로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단장을 보좌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전혀 예정에 없었던 일본어 공부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마루야마와 소통을 위해 짧은 인사라도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웃픈 현실이다. 혹자는 이번 사태가 인터내셔널팀의 대표 격인 마쓰야마 히데키의 영향력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마루야마는 마쓰야마가 출전했던 파리 올림픽 때 일본 대표팀 단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마쓰야마의 LIV골프 진출을 막기 위한 PGA투어의 고육지책이라는 주석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 골프팬들의 불만이 고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를 비롯한 PGA투어는 인터내셔널 부단장 선임에 대해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단장을 비롯한 선수단 구성은 전적으로 각 팀 단장의 권한이란다. 그런 점에서 위어 단장은 이번 부단장 선임과 관련해 한국 팬들이 갖는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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