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보수에게도 버림받았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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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콘크리트 지지층인 70대 이상에서 급락세를 보였다. 그 이유가 뭐겠는가. 의료대란의 가장 큰 직격탄을 맞게 되는 고령층의 불안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보수의 '아성'인 영남 지역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가뜩이나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민들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피가 마를 지경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그간 '영끌'해 온 보수층 결집 효과를 한방에 날린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 지지를 보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경기에 폐업으로 내몰린 그들에게 윤 대통령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염장을 질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자는 야당 제안에 "10억, 100억씩 주지 그러냐"며 엇나갔을 때 억장이 무너진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는 할까. 쌀값 폭락에 논을 갈아엎는 농민 상당수도 가차 없이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이들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수진영의 지지 철회는 보수 기득권층에서도 넓게 퍼져가고 있다. 어제오늘 얘긴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의 구인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유력 인사들이 공직 맡기를 꺼려 5,6순위까지 내려가도 선뜻 나서는 이들이 없다고 한다. 국회 청문회는 핑계고, 난파선 같은 현 정부에 올라탔다가 도매금으로 휩쓸려가는 것을 꺼리는 걸 테다.
최근 극우 성향 인사들이 요직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이런 여파다. 쓸만한 사람은 손사래를 치고, 뉴라이트 신념과 자리 욕심에 불타는 이들만 넘쳐 난다. 윤 대통령이 "나는 뉴라이트를 모른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인사 실패 책임을 모면하려는 구실이기도 하지만,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닌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사람을 쓰다보니 온통 뉴라이트 천지가 된 것일 수도 있다.
여당 내 '친윤' 세력의 분위기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윤 대통령이 곤경에 처해도 좀처럼 지원사격에 나서지 않는다. '윤한 갈등'이 불거져도 윤 대통령 편을 들기보다는 관망하는 쪽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실이 대여투쟁의 선봉에 서는 기이한 장면이 연일 펼쳐진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낮고 민심과 괴리돼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친윤'이 권력의 향배에 바람보다 빨리 눕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통치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인 검찰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외견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를 보는 검찰 내부의 시각은 꽤 착잡하다고 한다. 검찰 상층부는 정권의 뜻을 충직하게 받들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끊임 없이 '배제의 정치'를 해왔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를 적으로 만들고, 과학기술계와 교육계를 파렴치범으로 몰았다. 전통적인 보수세력인 해병대와 의사도 밀어냈다. 수십 년을 함께 일해 온 한동훈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중도층은 물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보수대연합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국가 지도자는 모름지기 '덧셈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자기 편을 늘려야 정책의 집행 능력이 커지고, 성과도 낼 수 있다. 이대로라면 윤 대통령의 5년은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윤 대통령 주변에서 진정으로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권이 끝났을 때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윤 대통령 부부만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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