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길 바란 듯했다"...김민재가 시작부터 야유한 관중에 항의한 이유

피주영 2024. 9.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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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으로 관중석을 응시하는 김민재(오른쪽). 김종호 기자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서 그랬습니다."

홍명보호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팔레스타인전 직후 팬들의 야유에 항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시종일관 답답한 흐름을 벗지 못한 채 고전하다 0-0으로 비겼다.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6위로 한국보다 73계단이나 낮은 B조 최약체다.

경기 후 김민재는 관중석 가까이 다가가 잠시 팬들과 한동안 대치했다. 잔뜩 굳은 표정의 김민재는 팬들을 향해 양손을 들어 '자제해달라'는 듯한 동작을 했다. 김민재는 경기 후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냥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사실 저희가 시작부터 못 하지는 않았다. 또 (내 뜻을) 왜곡해서 내 소셜미디어(SNS)에 찾아오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우리가 (경기) 시작부터 못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 특유의 스피드와 제공권을 앞세워 한국 수비를 이끈 김민재(왼쪽). 뉴스1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이후 10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은 복귀전 승리를 놓치며 또 한 번 거센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한 이후 팬들은 홍 감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때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부르자, 6만여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도중에도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우~’하는 야유가 그라운드 주변을 감쌌다. 추후 홍명보호는 상대 팀뿐 아니라 홈 팬들의 냉랭한 시선과도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민재는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씀드린 거고, 전혀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는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건 그냥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인 분들은 그러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분위기가 안 좋은 와중에도 팬분들께서 와주셔서 응원해주셨는데, 선수들도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팬분들께 찾아간 걸 안 좋게 생각하실 분들은 그렇게 하셔도 된다. 하지만 전혀 그런 의도, 공격적으로 (팬분들께) 한다거나 그런 뜻은 없었다. 선수들이 당연히 잘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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