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100주년 IFA'…中 공세에 韓 '같은 듯 다른 AI' 강화

한예주 2024. 9.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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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4, 6일(현지시간) 개막
100주년 기념 깃발 곳곳
유럽 시장 향한 치열한 각축전
음성으로 제어하는 AI 기술서 삼성·LG 경쟁
친환경, 고효율 관심 여전
투명 마이크로 LED vs 투명 OLED
메인 스폰서부터 기조연설까지 달라진 중국
독일 밀레도 안방 시장 지키기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전시장인 '메세 베를린' 곳곳에는 색색의 깃발들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IFA를 기념하고 있었다. 이번 IFA에는 18만2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전 세계의 미디어, 각 사의 관계자들은 명찰을 목에 걸고 전시를 위한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겼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제품에 적용된 AI 음성 비서 '빅스비'가 한 가지 명령어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복합 명령어를 이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사진=한예주 기자]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을 주제로 열리는 IFA 2024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약 127개 기업을 포함, 22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해 유럽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했다. 기술 맹추격을 하고 있는 중국과 유럽 업체들을 향한 국내 업체들의 남다른 각오도 눈에 띄었다.

이번 IFA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AI 홈'이다. 실제로 프리 부스 투어를 진행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시장만 봐도 음성으로 집안의 가전을 제어하는 AI를 강조한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IFA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메세 베를린' 입구 모습. [사진=한예주 기자]

업계 최대 규모인 6017㎡(약 1820평)의 전시공간을 마련한 삼성전자 부스에선 비스포크 AI 제품에 적용된 AI 음성 비서 '빅스비'가 한 가지 명령어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복합 명령어를 이해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나 오늘 오후 6시에 퇴근해. 그전까지 집안일 모두 끝내줘"라고 하면 집안일을 인식해 6시 전까지 빨래와 청소, 설거지 등을 끝내놓는 식이다. 개별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보이스 ID' 기능도 이번 IFA에서 처음 선보였다.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를 구별해 해당 인물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단을 추천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면서도 개인의 일정과 관심사, 건강 상태 등을 반영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AI 집사 로봇 '볼리'도 관심을 끌었다. 하얀 벽이나 바닥에 프로젝터를 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시연은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베를린에서 방문할 곳 추천해줘"라고 말하자 추천하는 장소와 사진을 보여주는 등의 집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진행자가 전화를 걸어달라고 말하자 요청에 맞게 통화를 연결하고 진행자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는 볼리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AI 집사 로봇 '볼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프로젝터 형식으로 제공했다. [사진=한예주 기자]

LG전자에서는 AI 홈의 허브인 'LG 씽큐 온'이 AI 홈의 주인공이었다. LG 씽큐 온은 대화 과정에서 맥락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파악해 주변 기기를 제어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LG 씽큐 온에 "오늘 일정이 뭐야"하고 물어보면 "테니스 약속이 있고, 약속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차로 20분입니다. 택시를 불러드릴까요"라고 답했다. 이후 실제 택시 호출까지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운동이 끝난 후 세탁기 코스를 미리 '기능성 의류' 모드로 바꾸는 등 유기적인 연결이 눈에 띄었다.

이동형 AI 홈 허브인 'Q9'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서 LG전자는 Q9을 'CES 2024'와 'KBIS 2024'에서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한 Q9은 책 표지를 보고 책을 인식한 기기가 책의 줄거리를 읽는 기능을 새롭게 탑재했다. 이 외에도 수면모드를 요청하면 알아서 집안의 모든 전등을 꺼주는 등의 활동을 수행했다.

'LG 씽큐 온'은 사용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맥락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파악해 주변 기기를 제어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사진=한예주 기자]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친환경, 고효율 제품들도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여름이나 한낮 등 전력 소모량이 집중되는 피크 시간대에 알아서 에너지 절감을 도와주는 '플렉스 커넥트' 등 기능을 소개했다. LG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에 AI로 제품 사용 환경을 분석해 최적화 모드를 제공, 제품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투명 제품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심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했던 211형 투명 마이크로 LED를 다시 한번 전시했다. 총 64개의 모듈 타입을 붙인 해당 제품은 높은 투명도와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기존 투명 디스플레이와 차별화한 다양한 형태를 전시했다. 원하는 크기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LG전자 역시 곳곳에 투명 OLED를 전시했으며, AI 코어존에선 55인치 투명 OLED 사이니지 총 20개를 붙이는 등 OLED 경쟁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LG전자의 이동형 AI 홈 허브인 'Q9'. [사진=한예주 기자]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인 중국 업체들의 AI 공세도 주목할 만하다. 미·중 갈등으로 유럽을 최대 공략 무대로 삼고 있는 중국은 하이센스, TCL, 하이얼, 메이디, 아너를 포함해 1300여개의 업체가 참가하며 참가국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인 스폰서 자리를 꿰찬 TCL은 당당히 입구의 메인 광고판을 차지하며 달라진 중국 가전의 위엄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조연설에도 나선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아너의 조지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에서 'AI 발전과 ARM 기반 플랫폼의 부상'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고, 최신 AI PC 라인업을 직접 공개할 예정이다. 하이얼의 닐 턴스털 CEO도 '지속 가능한 스마트홈'을 주제로 자사의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가전과의 연결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TCL과 하이센스는 초대형·AI TV를 전면에 배치하고 TV용 AI 칩셋도 소개할 전망이며, 아너는 가장 얇은 폴더블폰 '매직V3'도 공개할 예정이다.

유럽 가전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독일 브랜드 밀레도 안방 시장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인다. 이번에 IFA에서 처음 선보이는 W2 노바 에디션 세탁기는 세계 최초로 드럼 리브가 없는 세탁기다. 드럼 리브는 드럼이 회전할 때 세탁물과 세제를 혼합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대신 AI를 활용해 세탁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드럼의 움직임을 조정하여 리브 없이도 효과적인 세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오븐에 적용한 '스마트 푸드 ID'는 오븐 내부 카메라로 음식 사진을 찍으면 AI가 레시피를 식별해 자동으로 요리하는 기능이다. 밀레 세탁기와 의류건조기에는 AI를 활용한 'AI 진단' 시스템을 추가했다. 기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AI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향후에는 AI가 기기 고장을 예측하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 예방 조치를 제안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베를린(독일)=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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